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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의 '핵 도박'
입력2006-10-10 17:20:58
수정
2006.10.10 17:20:58
우리 모두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던 일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핵실험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진 것이다. 벼랑 끝 전술의 결정판이자 도박에서의 ‘올인’이다. 북한은 도대체 왜 이렇게 무모한 도박을 하는 것인가.
그 원인은 먼저 북한의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의 결핍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북한이 핵실험 의사를 표시하면서 중국ㆍ한국조차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언급은 북한이 국제사회를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금융제재와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안에 대한 중국의 찬성 등에 자극된 북한은 이러한 난관을 돌파할 전략으로 6자 회담의 복귀보다는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이 연장선에서 지적할 수 있는 두 번째 원인은 특히 미국에 대한 불신에서 오는 북한 내부의 강경론자, 특히 군부의 발언권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북한이 선군정치를 표방해왔기 때문에 군부의 발언권이 높아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신뢰의 결핍은 오인과 오판을 불러온다. 그리고 이는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 쌍방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북핵문제를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기본전제를 깔고 접근한 점을 부인할 수 없으며 북한에 이는 곧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북한 역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호적인 메시지마저도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자신의 체제붕괴에 있다고 판단해버렸으며 한국은 그 중간에서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채 원론적인 얘기만 되풀이해왔다.
북한의 핵도박은 결국 북핵문제에 대한 강경론자들의 발언권을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이며 군사적인 제재를 포함한 강력한 제재안들에 대한 반대논리를 약화시킬 것이다. 이에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또 다른 차원의 6자 회담 혹은 북미 양자회담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나 미국이 이러한 북한의 요구를 수락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북한은 미국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가장 우호적인 중국과 한국정부마저도 핵 확산에는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국가는 중국과 한국이다. 중국은 전후세대인 후진타오 체제 출범 이후 과거와는 다른 실리적인 외교를 추구하면서 북한과의 관계도 전통적인 혈맹관계라는 과거의 멍에에서 탈피해 실질적인 접근을 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북한에 대해서는 어느 국가보다도 강력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중국을 완전히 무시하는 이번 행위는 우방에 외교적인 타격을 가함으로써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정부 역시 커다란 충격을 받았음에는 틀림없으며 대북정책의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동북아 지역에서 볼 때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특히 군사대국ㆍ정치대국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일본에 재무장의 기회와 핵무기 보유의 구실을 제공할 것이다. 이는 주지하다시피 동북아 지역의 핵도미노 현상을 유발할 것이다.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에 가장 민감한 중국마저도 이를 저지할 명분을 잃게 됨으로써 NPT체제는 붕괴에 직면하게 돼 세계적인 핵 확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따라서 NPT체제를 고수하고자 하는 미국을 비롯한 UN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북한의 핵을 용납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을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군사제재까지 갈지가 세간의 관심사이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의 핵도박은 그들을 더욱 궁지로 몰고 갈 것이며 그들이 주장하는 민족공조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도박꾼이 부자 돼서 잘살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국제사회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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