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여러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사는 터전, 건축과 도시의 철학을 논한다. 저자는 예술의전당과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건축하고 캄보디아·중국·중동 등의 신도시 설계에 참여한 건축가다. 그는 국내외 건축과 도시 설계를 직접 하면서 얻은 깨달음과 개인적 경험담을 녹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의 주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예술의 전당이다. 1984년 국제 현상 공모를 통해 예술의 전당 역사는 시작됐다. 저자는 국제 현상 공모에 당선돼 주 건축가로 선정됐지만, 국가적 상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이후 많은 갈등의 시간을 겪은 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만든 설계 도안이 통과돼 착공에 들어가게 됐다.
저자는 예술의 전당이 아직도 미완성이라 말한다. 예술의 전당을'만인의 건축'으로 만들고 경복궁과 짝을 이루게 한 뒤 강북·강남 상징 가로를 연결해 서울을'만인의 도시'로 만들려 했던 계획이 아직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루브르 박물관·튈르리 정원·콩코르드 광장·에투알 개선문을 잇는 샹젤리제 거리가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 된 것처럼, 서울의 서초대로도 한강 아레나(Arena)를 만들어 우면산·남산·북악산을 잇는 녹지 축에 접속시키면 세계적인 도시 가로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정치적 논리에 제멋대로 좌우되는 건축이 아닌, 만인의 건축·만인의 도시를 위한 우리 공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성찰이 녹아 있는 책이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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