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치러질 일본 총선거를 앞두고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사이에 둔 중일 간 분쟁이 갈수록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총선을 불과 사흘 앞둔 13일에는 중국 당국 소속 항공기가 처음으로 센카쿠 상공에 진입, 일본 자위대 전투기가 이와 대치하기 위해 긴급 발진하는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중국 해양감시선도 사흘 연속 일본 측 영해에 진입하는 등 일본이 국유화를 선언한 센카쿠열도 인근에서 중국의 대일시위는 최근 들어 부쩍 빈번해졌다.
이처럼 중국이 일본에 대한 무력시위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는 것은 일본사회가 갈수록 보수 우경화되는 가운데 16일 총선에서 일본 정권이 아베 신조(사진) 총재가 이끄는 보수 자민당으로 넘어갈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 대한 불만과 경고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 이후 차기 일본 총리로 등극하게 될 아베 총재는 자민당에서도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으로 집권 이후 미일동맹과 군국주의 강화 등 중국의 이해관계와 배치되는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그의 총선공약집에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자위대 인원ㆍ장비ㆍ예산 확충 ▦센카쿠열도 실효지배 강화 ▦억지력 제고를 위한 미일방위협력 가이드라인 개정 등 중국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처럼 대중 강경대응을 예고한 아베 정권의 출범으로 지난 9월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센카쿠열도 국유화를 선언한 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중일관계는 한층 위태로운 갈등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국력신장을 기반으로 대두된 중화민족주의가 고조되면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에서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데다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를 계기로 중국 내 반일감정이 격앙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는 최근 광둥성 군부대를 방문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부국과 강군을 결부시켜야 한다"며 "싸울 수 있는 군대, 싸우면 이기는 군대가 되라"고 강조, 중국이 강대국 외교로 한발 더 나아가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전통적으로 아시아의 강대국이자 중국과 정면으로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센카쿠열도 인근 영해에서 중국 선박의 잦은 출몰과 13일의 이례적인 항공기 영공 진입은 일본 자민당 집권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경계감을 나타내는 한편 중국과 갈등수위를 고조시킬 일본사회의 보수우경화에 대한 중국의 경고 의미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가와이 지카오 외무차관이 한즈창 주일 중국 임시 대리대사를 외무성으로 소환해 항공기의 센카쿠 영공 침입에 엄중히 항의했으며 이에 대해 한 임시대리는 센카쿠열도가 중국 고유의 영토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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