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스페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6.487%를 기록해 전거래일인 지난 8일에 비해 0.295%포인트나 올라 다시 위험수준인 7%선에 근접했다. 스페인 국채의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상승세로 전환해 595베이시스포인트(bp=0.01%)를 기록했다.
이는 스페인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는데다 오는 17일 재총선을 치르는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독일 재무부가 스페인 은행권에 지원되는 자금을 유럽안정화기구(ESM)에서 마련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 스페인 국채시장에 결정타를 날렸다.
ESM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으면 스페인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경우 ESM에서 빌린 돈을 우선 갚아야 한다. 민간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채무변제 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에 자칫 돈을 떼일 수도 있다고 보고 스페인 국채를 던진 것이다.
여파는 이탈리아로도 번졌다. '다음 구제금융 대상'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전거래일에 비해 0.26%포인트 올라 올 1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6%를 넘어섰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독일의 국채금리는 0.0245%포인트 하락했다. 스페인ㆍ이탈리아ㆍ프랑스 등 유럽 주요 증시와 뉴욕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스페인 1ㆍ2위 은행인 산탄데르와 BBVA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두 단계씩 강등했으며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피치는 이날 성명에서 "재정위기가 계속되고 경기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피치는 7일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3단계나 떨어뜨린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제금융의 효과가 단 몇 시간에 그쳤다"며 "시장은 스페인 은행과 정부를 구분하지 않으며 스페인 은행이 계속 자국 국채에 투자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핌코의 필립 보르도 유럽 신용담당 책임자도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은행권의 문제는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며 정말 중요한 문제는 스페인과 그리스를 포함한 전체 유럽을 위해 대책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전체를 위한 근본적이고 화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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