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6일 한나라당이 전날 수사 의뢰한 사건을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의뢰 대리인인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 김재원 전 의원을 소환해 수사의뢰 경위를 확인했다. 검찰은 8일 오후 2시에는 돈봉투 파문 폭로 당사자인 고 의원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의 이 같은 속전속결 행보는 이번 사건이 정치권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큰 사안인데다 총선을 불과 3개월여 남겨둔 상황이라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고 의원은 서울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 ‘전당대회 유감’을 통해 ‘18대 국회 들어 열린 한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후보로부터 현금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가 되돌려줬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고 의원을 상대로 돈을 건넨 후보자와 실제 전달자가 누구인지 조사한 뒤 당사자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고 의원은 가장 최근 당선된 당 대표는 아니라고 밝혔으나, 검찰 조사과정에서 진실을 얘기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18대 국회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사람은 박희태 국회의장과 안상수·홍준표 의원 등 3명으로 모두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고 의원이 평소 박희태 국회의장 측이 돈봉투를 돌렸고, 실제 돈봉투를 건넨 사람은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알려졌으나, 두 당사자 역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당법 제50조(당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는 정당의 대표자 또는 당직자로 선출되게 하거나 선거인에게 투표를 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나 선거운동관계자, 선거인 등에게 금품과 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받은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를 지시하거나 권유, 요구, 알선한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당사자의 정치 생명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고 의원이 검찰에서 특정 후보를 거명하면 검찰은 해당 인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현직 국회의장인 박 의장이 지목된다면 예우 등을 고려할 때 검찰은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거나 방문ㆍ서면조사를 벌일 수 있다. 이번 사건 관계자에 대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돈 봉투를 받은 당내 인사가 추가로 드러나면 사건은 메가톤급 정치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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