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부도 위기에 몰려 있는 스페인이 그리스ㆍ이탈리아에 이어 정권교체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당에 대한 스페인 국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폭발 직전이어서 20일(현지시간) 실시될 총선에서 야당인 국민당(PP)이 손쉽게 압승을 거두고 의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민당이 집권과 함께 특단의 긴급 경제 조치를 내놓는다 해도 스페인 경제와 사회 분위기가 곧바로 안정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스페인의 재정적자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유로존 전체가 결정적인 재정위기 해결책 부재로 인해 함께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은 오는 20일 조기 총선을 실시해 의원 350명을 선출한다. 스페인 현지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중도우파 야당인 국민당은 46% 정도의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이에 비해 집권 사회당의 지지율은 30% 초반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국민당은 350석 중 198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당의 참패가 총선 실시 전부터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유는 사파테로 정권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스페인의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과정에서 시의적절한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거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그리스, 이탈리아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스페인까지 번지면서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마의 7%'를 넘나들고 있는데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마저 기존의 1.3%에서 0.8%로 하향 조정되면서 스페인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스페인 국민들은 계속되는 경제 위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가뜩이나 높은 실업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스페인의 전체 실업률은 21.5%, 청년층 실업률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스페인의 미래가 급격히 밝아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마리아노 라호이 국민당 대표는 연금ㆍ교육ㆍ건강보험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강도높은 긴축 정책을 펼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스페인 재정 위기의 불씨를 잠재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가이드라인은 GDP 대비 3%이나 스페인의 지난 해 재정적자는 GDP 대비 9.2%였으며 올해도 가이드라인의 두배가 넘는 6%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라시아그룹의 안토니오 바호주 애널리스트는 "현재 스페인에 남아있는 유일한 긴급 대책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라호이 국민당 대표에게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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