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추락하는 중국 증시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 중국 증시가 이틀째 폭락세를 보이자 인민은행은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저우 풋'을 또다시 꺼내 들었다. 나흘간(거래일 기준) 낙폭이 지난 1996년 이래 가장 큰 21.9%에 이른 폭락장에서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던 셈이다. '저우 풋'은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987년 뉴욕증시가 폭락한 블랙먼데이 이후 금리를 수차례 인하하며 자산가격 하락 위험을 피한 '그린스펀 풋'에 빗대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의 잇따른 금리·지준율 동시인하 행보를 표현한 것이다.
인민은행의 금리·지준율 동시인하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다. 당초 중국 안팎에서는 다음달 초 지준율을 인하하고 8월 경제지표 등을 최종 확인한 후 순차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 지도부가 급격한 증시폭락에 다급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이은 유동성 공급 정책이 헛발질을 한 것도 결단을 서두른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이성을 잃은 투매를 멈추게 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금리와 지준율 인하 등 통화정책의 실질적인 효과는 6~9개월 정도 지나야 시장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심리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6월28일 1차 금리·지준율 동시인하 당시 중국 증시는 이틀 뒤인 30일 잠깐 반등세를 보였을 뿐 하락세를 이어가며 4,000선이 무너졌다. 오히려 이번 '저우 풋'이 시장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더 큰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다샤오 잉다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와 지준율 동시인하라는 대형 증시 부양책에도 증시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투매를 더욱 확산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2차 '저우 풋'이 1차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1차의 경우 인민은행이 목적을 증시보다는 시중의 돈맥경화 해소에 둔 반면 이번에는 타깃이 명백하게 증시 부양을 향하고 있다. 데이비드 만 SC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이번에는 증시 부양을 위해 추가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인민은행의 나쁜 버릇인 한쪽에서는 유동성을 풀고 다른 한쪽에서는 거둬들이는 이중 플레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관심은 과연 중국 정부의 이번 카드가 차이나포비아(중국공포)를 멈출지에 쏠리고 있다. 대다수의 투자은행과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추가하락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어느 정도 속도를 늦출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이 공포의 터널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증시 추가 하락을 전망하는 쪽은 증시폭락이 중국이 만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골드만삭스는 전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중국 증시를 이끌 만큼 충분하지 않다"며 "특히 기업들의 부도위험이 높아진 점은 경기 악순환의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증시폭락에 잠시 잊고 있던 중국 제조업체들의 실적부진이라는 악재가 뒤따라 온다는 것이다. 제이슨 토머스 칼라일그룹 이사는 "6월30일 기준 중국 기업들의 세전 이익에 비해 현 주가는 여전히 25~30% 과대평가돼 있다"며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가하락이 기업 재무상태 악화로 이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 증시가 '과도한 하락세(over shooting)'로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미국 경제매체인 CNBC는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과 증시폭락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의 다양한 조건들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아시아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 대한 공포가 과장됐다"며 "차이신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중국 경제 위기의 방아쇠가 된 지표들이 중국 경제를 모두 설명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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