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3시28분께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면으로 가던 지하철 2호선 열차에 타고 있던 1,000여명의 승객들은 뭔가가 심하게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일제히 넘어졌다. 앞서 가던 2258호 열차가 차량 이상으로 잠시 정차하고 있던 중 뒤따르던 2260호 열차가 앞차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170여명의 승객들이 부상을 입으면서 조용하던 열차 안이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뒤차에 타고 있던 승객 신모씨(27)는 "'쾅'하는 소리와 함께 열차 칸 유리가 박살났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스마트폰을 잡고 있거나 의지할 데 없이 서 있던 승객들이 대부분 옆으로 쓰러졌다. 충돌 직후까지도 안내방송은 없었고 동시에 객차 내 정전이 돼 암흑천지로 변했다. 승객들은 공포에 떨었다. 일부 승객들은 타 있던 칸의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자 옆 칸으로 비명을 지르며 몰려들기도 했다. 일부는 쓰러진 할머니를 부축해 먼저 대피시키기도 했지만 몇몇은 이를 밀치며 먼저 앞으로 나가기도 했다. 차량에 탔던 박모씨(27)는 "충돌 소리가 나더니 잠시 뒤 열차 내부 조명이 꺼지자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며 "어떻게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았고 이 때문에 승객들이 벽을 더듬으며 강제로 문을 열고 탈출했는데 지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문을 열고 나온 승객들은 선로를 통해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역무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반대쪽 선로에 열차가 들어오지 않아서 또 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만일 열차까지 들어왔으면 자칫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앞 열차에 타고 있던 한 승객도 "7번째 칸에 서 있었는데 열차 문이 세 차례나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더니 조금 뒤 꽝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넘어지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트위터에서 한 누리꾼은 "사고 직후 나온 안내방송이라고는 '앞차와의 간격 때문에 잠시 정차 중'이라는 것뿐이었다"며 "세월호 참사가 생각나 순간적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 누리꾼은 "사고로 넘어진 승객이 많았고 앞차 맨 뒤 칸은 혈흔도 보였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열차 추돌사고가 난 왕십리역 근처는 큰 혼잡을 이뤘다. 사고 직후 출동한 구급차 10대와 소방차 11대가 출동해 길게 늘어섰고 경찰은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했다.
지하철에서 나온 시민들은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기 위해 인근의 버스정류장과 택시 승강장으로 몰렸고 이 때문에 이 부근을 지나는 버스들은 퇴근시간이 아닌 데도 승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민 황모씨는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갑자기 늘어난 손님들 때문에 잘 잡히지 않았다"며 "이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가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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