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1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시작한 구텐베르크 프로젝트가 뒤늦게 꽃을 피우고 있다. 저작권이 만료된 고전의 디지털화로 시작한 이 디지털도서관 프로젝트는 뜻을 함께한 회원들이 늘어 이젠 저작권이 해결된 10만권 이상의 도서를 누구나 접속해 무료로 볼 수 있다. 특히 킨들 등 e북 전용 단말기는 물론 각종 스마트기기 버전도 있어 e북시장 확산의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도 스마트기기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내년이면 스마트폰 이용자 수가 2,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 하고 올 상반기 PC 판매가 처음으로 줄고 태블릿PC가 빈 자리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수요가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화질 게임기 하나가 더 늘어난 것뿐이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남들이 못 본 블루오션을 개척해 금광을 발굴하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자녀나 손자들과 동화책을 넘기며 더 가까워지고 시와 고전을 읽으며 감성을 충전하는 중장년층도 늘고 있다. 문제는 비전과 철학이다. 구텐베르크 프로젝트가 주목받기까지 3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린 것처럼 콘텐츠 산업은 축적과 재활용을 위한 치밀한 비전과 굵직한 철학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최근 e러닝 국제 심포지엄을 위해 방한한 크리스틴 레흐버거 내셔널지오그래픽 부사장은 축적된 지식으로 미래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비영리재단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제인 구달 등 학자들을 후원하고 그 부산물(contents)을 120여년간 축적해왔다. 카메라가 발명된 1900년대 초에는 사진으로 TV가 본격 보급된 1950년대부터는 다큐멘터리로 정보창고(archive)를 채워나갔고 1990년대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축적된 잡지와 사진의 디지털화에도 앞장섰다. 특히 상당 부분 무료로 열려 있어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지식충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과거 지식의 재해석과 가공이 새로운 지식의 탄생과정이라면 콘텐츠 제작만큼 재활용도 중요하다. 소프트웨어와 도서관이 그 역할을 한다. 우리는 개발 만능의 사고방식인 '빨리빨리'의 미덕으로 남들보다 일찍 선진화와 정보화를 누렸지만 소프트웨어는 곰삭은 사고와 혁신의 아이디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를 키워주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지식의 출입이 원활한 공공 도서관은 교육의 불균형을 해소해줄 수도 있다. 정부가 미래의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키워내고 싶다면 도서관의 지원정책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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