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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0월 13일] 이제는 엔지니어링 경쟁시대

국내외 건설사업이 대형화ㆍ복잡화되면서 건설 엔지니어링이 지니는 가치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시공을 제외한 모든 공정, 즉 기획ㆍ타당성조사ㆍ기본설계ㆍ상세설계ㆍ기자재조달ㆍ시운전ㆍ유지보수 등 시설과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 전체를 관리하는 분야인 엔지니어링이 이제는 전체 공사의 품질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영역으로 재평가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일고 있다. 공사의 질 좌우하는 핵심영역 최근 해외건설 시장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발주자가 건설기업에 '종합서비스(One Stop Service)' 제공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즉, 과거에 비해 설계ㆍ시공의 일괄방식인 턴키 혹은 엔지니어링ㆍ구매ㆍ시공(EPCㆍ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발주 형태의 사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엔지니어링 기업에 엔지니어링 외에 기획ㆍ재무 등의 업무까지 수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산업은 노동집약형 저가 시공기술에서 기본설계와 프로젝트 관리를 통한 종합 컨설팅 영역으로 발전해가는 과도기에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설계는 선진국이 도맡아 하고 국내업체는 시공만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의 추세는 설계ㆍ구매ㆍ시공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두루 갖춘 업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기술은 지난 2006년 기준 선진국 대비 74.3% 수준이며 특히 타당성 분석, 기본설계, 시스템 엔지니어링과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은 선진국 대비 60%에 머물러 있다. 시공기술력이 세계적으로 평준화되고 있는 지금 실질적인 경쟁력은 기획, 설계, 프로젝트 관리 같은 소프트 엔지니어링 영역에서 나온다. 한국 원자력 30년 사상 첫 단독 원전수출 시도로 기록될 최근 아랍에미리트 원전사업 입찰에서 외국의 원천기술을 빌려오기 위해 외국정부 승인을 얻어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 것이나, 대규모 플랜트 수주를 따와도 기자재 구입이나 고급기술 인건비 부분에서 전체 수주액의 3분의2 이상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를 보면 이러한 손실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기본설계는 보통 기자재 조달로 자연스레 연결돼 선진업체들은 이 두 부분의 장악으로 전체 이익의 70~80%를 독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국내 업체들은 짧은 공사기간, 세계적 수준의 시공기술, 높은 가격경쟁력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기본설계와 같은 핵심기술 부족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의 일부를 항상 선진국에 내주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소프트 엔지니어링 기술력 확보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고도의 엔지니어링 기술은 자체적인 국제진출은 물론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관련 제조업, 건설업, 산업 설비업 등 주요 기간산업의 해외진출을 매개하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링 부분을 맡게 되면 기자재 업체 선정이나 자재의 종류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진출시 관련 산업의 수출 길을 함께 열어줄 수 있다. 엔지니어링 산업이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형성에 일찍 눈을 돌린 선진국은 이미 엔지니어링 기업이 종합 컨설팅사의 형태를 띠고 시공 부문을 제외한 건설의 모든 과정을 일괄적으로 수행한다. 따라서 엔지니어링이 시공 및 기타 분야의 우위에서 사업 타당성ㆍ경제성 등을 고려해 시공업체 선정을 비롯한 전체사업을 이끌어간다. 엔지니어링은 곧 설계라는 공식은 없어진 지 오래다. 정부가 고급인력 전략 육성을 해외수주에서 기업 차원이 아닌 해당 국가 정부기관의 전폭적 지원에 의한 정치, 외교적 영향력이 큰 힘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은 발주되는 사업단위로 이뤄지지 않고 일반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쌓인 국가 간 유대관계, 국가별 상호이익, 상쇄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행사된다. 고급 기술인력만 확보되면 엄청난 부대효과를 누릴 수 있는 엔지니어링 산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좀더 전략적으로 육성될 필요가 있다. 엔지니어링이 대형건설, 토목 프로젝트의 품질, 안전성, 수익성 면에서 갖는 가치와 중요성을 정부와 관련업계 그리고 국민 모두가 새롭게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지원, 육성해 선진국처럼 엔지니어링 산업이 타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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