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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글로벌 시대의 전통예술


요 몇 년 사이 소통이 화두인 듯하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심지어 과학 분야까지 소통을 얘기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을 전달하고자 한다. 심중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고자 하나 그것이 시원스럽지 않았음은 어제오늘의 한(恨)이 아니었나 보다. 공자 같은 성인께서도 "글이나 말로는 뜻을 다 전달할 수 없다(書不盡言 言不盡意)"고 한탄하며 상징을 통해 그 뜻을 전달하고자 했으니(立象以盡意) 말이다.

인류 보편 예술로 지평 넓혀가야

이러한 소통 방식은 오늘날 동아시아 예술의 서막이 됐다. 예술은 언어로 전달할 수 없는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인류의 공용어다. 그런데 예술의 본질이 심연의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소통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그 특수한 방식 때문에 변방에 머무르는 것 같은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일반적 소통 수단인 언어는 논리적ㆍ직접적이지만 예술은 은유와 상징을 통해 직관적ㆍ간접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고 오해를 사기도 하며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문명에 순응해 발달해가는 언어와 달리 예술은 반(反)문명적 속성을 지녔기 때문에 때로는 시간을 거스르기도, 시공을 초월하기도, 실생활과 유리되기도 하면서 대중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술이 스스로 좋아해서 남의 호ㆍ불호를 고려하지 않고 제 좋아하는 것일지라도 결과물인 예술작품이 공적 자산이 되면 소통을 단절할 수 없다. 예술(서예)을 필생의 업으로 삼고 사는 필자도 인간이 사회적 존재이고 삶은 너와 나의 관계망 속에서 영위되는 이상 대중ㆍ세계와의 소통 방식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서예의 소통 방식도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서예는 필시 문자의 모양과 문장의 의미가 잘 어울려야 아름다움이 배가되는 예술이었다. 이 만남의 극점에 왕희지의 '난정서'가 섰고 그러한 전통은 추사 김정희 선생을 거쳐 어제까지 이어졌다. 하여 고래(古來)로 글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고상한 문장을 지어 멋지게 일필휘지하고 싶은 욕망이 동아시아인의 로망이었다. 이러한 서예의 멋도 이제는 여타 전통예술과 함께 동아시아를 넘어 인류 보편의 예술로 지평을 넓혀야 할 지점에 섰다.



그러자니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소통의 도구였던 문자를 예술로 승화시켜 인성과 감성을 돋아왔던 동아시아 고유의 예술 서예가 세계인과 소통하자니 고유성이자 장점인 문자의 의미가 걸림돌로 변했다. 세계로 나가는 길에 문자의 아름다움만 데리고 가자니 멋있는 문장을 요구하는 전통적 방식이 서운해하고 문장도 함께 가자니 외부 세계가 탈 자리가 없다. 이는 전통예술이 함께 풀어야 할 공통의 숙제일 것이다. 또한 이 땅을 딛고 살아가는 모든 이의 과제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의미 함께 전달 고민을

예술은 상상의 산물인 동시에 상상력의 원천이다. 전통예술이 조상들의 삶을 집적해 오늘의 우리에게 전해줬듯이 오늘의 예술 또한 후손들에게 현재의 삶을 오롯이 담아 건네줌으로써 지속적으로 버팀목이 돼줄 것이다. 그러니 예술이 당장 자본획득에 소용없어 보인다 할지라도, 전통예술이 현재의 삶과 유리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따스한 시선을 보낼 일이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감성이 경화(硬化)하고 문명의 안락함이 영혼의 지반을 침식함을 숨 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낀다. 이때 인간성 상실로 인한 헛헛한 삶을 추스르며 세계와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길은 천상 전통예술이 세계를 향해 능동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참여하는 마음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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