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장에서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미국식 양적완화 실행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자 독일은 물론 과거 재정위기를 겪었던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어 시장이 유로존 위기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전미경제학회(AEA) 총회 첫째 날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시의 웨스턴 코플리 플레이스 호텔에서 열린 '유로존 위기는 언제 끝날 것인가'라는 주제의 패널 토론에서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는 "그리스 새 정부가 유로존을 떠나면 그리스 은행과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심각한 자본통제를 부를 것"이라며 "위기가 유로존 추가 이탈이 우려되는 다른 나라로 번지면서 단기적인 충격이 리먼브러더스의 제곱(squared)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장은 그렉시트가 현실화하더라도 전면적인 유로존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만 환호하고 있다. 전날 드라기 총재는 "물가하락 위험이 6개월 전보다 커졌다"고 강조하며 "낮은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된다면 올해 통화정책의 범위와 속도·구성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디플레이션 전망과 양적완화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5년물 수익률은 -0.005%까지 떨어져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나타냈다. 독일뿐 아니라 스페인(1.5%), 이탈리아(1.737%), 포르투갈(2.4%) 등 과거 그리스와 함께 재정위기를 겪었던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수익률 역시 줄줄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이날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2002달러를 기록해 2010년 6월 이후 약 4년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계적 석학들은 그렉시트가 아니더라도 유로존 시스템 자체가 취약해 장기적으로 위기 재연이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ECB가 전면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유로존 위기를 피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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