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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않는 나라


낯선 환경·의사소통 두려움에 지난해 해외이주자 249명 그쳐

외국인력 유입도 韓 폐쇄성에 막혀

인재 유출입 자유로워야 경제 활력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맞으려면 막힌 마음의 문부터 활짝 열어야


한때 대한민국에 해외 이민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민 박람회라도 열리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이민 카페도 숱하게 생겨났다. 캐나다처럼 인기 좋은 곳은 경쟁률이 높아 이민 점수제까지 도입할 정도였다. 예컨대 직업 만점을 10점으로 치면 배관공 10점, 교사에게 0점이 부여되는 식이었다. 그랬던 이민 열풍이 급속히 가라앉아 지난해 해외이주 신고자가 249명에 머물렀다고 한다. 지난 1970년대 말 4만6,000여명까지 치솟은 후 줄곧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한국과 선진국의 격차가 사라져 굳이 해외로 나갈 필요성이 줄어든데다 경기 불황이나 교육 문제의 영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당장 이민 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 민간업체가 조사했더니 우리 국민의 10명 중 8명은 이민을 한 번쯤 생각해봤으며 6명은 좋은(?)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이민 갈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얼마 전 만난 대학 동창은 캐나다 이민을 추진했다가 결국 포기했다고 털어놓았다. 중견기업 임원인 그는 내세울 만한 기술이 없는데다 교사인 아내도 현지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꿈을 접고 말았다. 서울에서는 그럭저럭 지낼 만하지만 캐나다로 건너가 몸으로 때울 일을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의사소통 문제와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이민행을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나보면 해외 파견직원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워낙 신청자가 없다 보니 직원들 가운데 순번제로 돌리고 있다는 곳도 적지 않다. 지방 근무도 싫어하는 터에 보수를 더 올려준다고 해도 한사코 해외 근무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먹고살 만하다 보니 우리 국민들의 역동성이나 도전정신이 예전만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은 외국인들을 이민자로 받아들이는 데도 아주 까다롭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이민의 문호를 넓혀야 한다며 '이민정책 새 틀 짜라'는 기획시리즈를 내보냈더니 많은 이들의 격려와 공감이 쏟아졌다. 서울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한국 사회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학교 같은 인프라도 없다 보니 정주여건에서 싱가포르 등 경쟁국에 한참 밀리기 마련이다. 용접공 등 숙련 근로자들은 3∼4년만 일하면 귀국해버리고 저임 노동자들은 정부의 고용허가제 쿼터에 묶여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다. 일자리 충돌을 우려한 탓이라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민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틈만 나면 "이민이 대한민국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핵심"이라고 설파하고 다닌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10만~30만명씩 이민자를 점진적으로 늘릴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2%대의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도 정치적 파장을 의식한 탓인지 이민정책을 대놓고 얘기하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든 게 우리의 현실이다.

아무도 쉽사리 나가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들어오지도 못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모름지기 국가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 비좁은 땅덩어리에서 우리끼리 치고받고 싸우다 보면 나라 전체의 활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유대인과 화교들은 해외에 나가도 모국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은 채 자신들의 영토를 꾸준히 넓혀나가고 있다. 미국은 경제 위기마다 이민 정책을 탄력적으로 활용하면서 경제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있다. 성장잠재력 확충에 목을 매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둔 우리도 이제 앞뒤로 막힌 마음의 문을 활짝 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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