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위원장은 그동안 몇 차례 사퇴소동을 벌였지만 지금같이 민감한 정치시국에서의 돌출행동은 뒷맛이 영 씁쓸하다. 무엇보다 동반성장을 앞장서 이끌었던 초대 위원장이 느닷없이 업무를 내팽개친 모양새여서 총리까지 지낸 인사다운 무게 있는 거취가 아니다. 숱한 진통과 우여곡절을 거쳐 성과공유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등 여건이 조성돼가는 상황에서 동반성장지수 산정 같은 중요한 과제를 뒤로 하고 발을 빼는 태도는 실망스럽다. 가뜩이나 정운찬이라는 개인 역량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동반위가 정권말기에 선장을 잃은 것을 생각하면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아도 싸다.
더욱이 전경련의 발전적 해체 운운한 정 위원장의 강성회견 내용은 지금껏 그에게 묻어났던 중도진보 이미지와는 너무 달라 어리둥절하다. 전경련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면 그동안 동반위는 왜 전경련을 대화 파트너로 삼았냐는 물음과 동시에 이제 동반성장위도 존립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정 위원장이 무슨 의도로 이런 언사를 했는지는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결국 정 위원장의 사퇴와 기자회견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 마땅하다. 명망 있는 학자, 최고 상아탑의 총장, 국가의 재상을 거친 정 위원장은 과거에도 선거 때마다 득실을 저울질하며 이리저리 말을 바꿔왔다. 동반위 주변에서는 오래 전부터 그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동반성장의 전도사'를 자처하던 정 위원장이 정치판에 뛰어든다면 그의 말처럼 생존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는 중소기업인들을 철저하게 우롱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대선을 향해 지금 떠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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