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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완구의 회색 리더십


"나는 회색을 좋아한다. 정치적으로 양보와 타협·균형·중용을 맞춰가겠다는 뜻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1일 기자들과 점심을 하며 회색분자라는 말을 썼다. '검정색과 흰색의 중간인 회색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회색은 과거 밀실정치 시대에 일본어인 '사쿠라(다른 속셈을 가지고 어떤 집단에 속한 사람)'로 통했다. 여당과 야합하는 야당 정치인을 가리켰고 요즘은 권력에 아첨하는 사람에게도 경멸의 의미를 담아 사용한다. 그런데도 집권당의 원내 사령탑이 사실상 회색분자라고 커밍아웃을 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신임 원내대표에게 정치적 타협과 화합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동안 여당은 어정쩡한 당청 관계로, 야당은 당내 계파경쟁으로 회색을 배척했다. 당색도 빨간색(새누리)과 파란색(새정치연합)으로 대비된다. 선명해야 국민의 주목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더 이상 여야의 극한 대결로는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상황이 됐다. 그만큼 국회의 기능과 역할이 커졌다. 그런데도 여야는 정부 주요정책이나 입법·인사·예산·조세 등 사사건건 충돌해왔다. 철학과 가치관이 다른 여야의 특성으로 이해하기에는 혼란과 갈등·기회비용이 너무 컸다.



이제는 검은색과 흰색을 섞을 때 나오는 회색에 주목할 때가 됐다. 사실 회색은 고급스럽다. 자동차에서 검은색과 흰색 못지않게 (은)회색이 사랑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은색과 흰색은 튀기는 하지만 때가 타 관리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여야도 이제는 내 주장만 내세우지 말고 민생과 국익에 초점을 맞춰 협상하고 타협해야 한다. 선명성을 내세우고 싶을 때는 빨간색과 파란색을 합치면 보라색이 나오듯이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할 때다.

마침 원내대표는 미국생활을 오래 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경찰 출신인 이 원내대표가 주재관 등으로 6년, 박 원내대표는 방송사 특파원으로 3년을 각각 미국에서 보냈다. 두 사람은 실제 전날 미팅에 이어 이날 오전 원내대표 회담에서도 미국 이야기를 많이 공유했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가 선진국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원칙과 소신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두 사람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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