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은행 분리매각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괄매각은 지난 2011년과 2012년 해봤지만 시가총액만 9조5,000억원이 넘는 우리금융을 한번에 살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다. 금융지주가 인수하는 것은 지분을 95% 이상 가져와야 하는 탓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말 많은 지방은행, 시중은행 인수론 부상=정부 고위관계자는 26일 "(지방은행을 분리매각하는 것이)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용이한 방안으로 볼 수 있지만 지역적ㆍ정치적 문제를 감안하면 제일 어려운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당국이 걱정하는 것은 지역정서다. 2010년 병행(분리ㆍ일괄)매각 추진 시에도 정치적인 문제와 지방색이 발목을 잡았다. 경남은행에는 대구와 부산은행이 관심이 많은데 다른 지역 은행에는 절대로 경남은행을 넘길 수 없다는 게 경남 지역 민심이다. 광주은행도 마찬가지다. 전북은행이 사는 것에도 반대다.
이 때문에 당국과 금융권 안팎에서는 경남은행은 하나금융에, 광주은행은 신한금융에 넘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시중은행 쪽에서 가져가면 반발감이 덜할 것 아니냐는 계산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우리금융 분리매각을 추진하면서 뒷말이 나오지 않게 지방은행을 팔기 위해서는 시중은행에 넘기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우리은행 등 본체 인수에 관심이 없거나 금전적 여력이 없는 는 금융지주사에 지방은행을 넘기면 될 것"이라고 했다.
경남과 광주 지역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자체 인수방안도 나오지만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제한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정부는 산업자본의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지분 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9%인 소유한도는 4%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지역 자체 인수는 더 힘들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관심 사안 가운데 하나인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분리매각 시 우리은행을 포함한 본체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능한 것부터 판다'는 원칙이 설 경우 지방은행에 이어 우투증권까지 우선 분리해서 팔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랜드 컨소시엄' 다시 등장하나=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우리금융을 금융사와 산업자본ㆍ연기금 등이 뭉친 컨소시엄에 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당장 공자위는 KB와의 합병은 최우선 순위에서 사실상 빼고 있다. 정부에서는 주식 교환 시 세금문제도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정 금융지주가 산업자본과 국민연금 등과 함께 사모펀드(PEF)를 구성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여러 금융사들이 함께 들어가는 방안도 가능하다. 분리매각 대상인 지방은행 인수 대상에 신한과 하나가 거론되는 것도 큰 틀에서 보면 금융지주사들이 연합해 우리금융을 가져가는 형태다. 금융위의 고위관계자는 "단독 경영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산업자본 등은 큰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금융권 인수합병(M&A) 사례를 보면 여러 금융사들이 연합해 우리금융을 인수하고 본인들이 필요한 계열사들을 찢어 나눠 갖는 게 가장 현실적일 수도 있다"고 했다. 공자위 관계자도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을 포함해 PEF에 대한 논의도 했다"고 설명했다.
◇해외매각은 사실상 배제=우리금융을 해외자본에 파는 방안은 사실상 배제됐다. 국가경제와 산업지원에 매우 중요한 은행을 해외에 넘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팔 수밖에 없었지만 그때와 같은 위기상황이 아니라면 은행을 해외자본에 팔 이유가 전혀 없다.
이와 관련,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해외자본도 우리금융 인수가 가능하다"고 한 것은 정치적인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자격요건에 문제가 없는데 국적에 따라 인수작업을 막는 것은 통상 마찰까지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위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이후 여러 가지 제한이 많아져 해외에 매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외국자본이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PEF에 일부 투자를 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자위는 한두 차례 더 회의를 열고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25일 토론으로 큰 줄기는 잡았지만 세부적으로 더 정해야 할 사안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공자위 고위관계자는 "25일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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