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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뉴타운ㆍ재개발 사업에 대형 면적을 줄이고 소형을 늘리는 설계변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구역에서는 시공사가 현금 청산을 요구하거나 분양권을 매도하려는 조합원을 붙잡기 위해 '추가 분담금 후불제'를 도입하는 곳까지 등장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북아현ㆍ하왕십리ㆍ신길 등 서울시내 주요 뉴타운ㆍ재개발 구역에서 최근 설계변경을 통해 면적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구 북아현1-1재개발구역은 최근 계획했던 설계안을 확 바꿨다. 당초 1,004가구 중 85㎡(이하 전용면적 기준) 초과 중대형을 271가구로 지을 계획이었지만 이를 34가구로 줄여 서울시 건축심의를 받고 있다. 인근 북아현1-3구역도 1,514가구를 계획했던 정비 계획안을 1,760가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중대형을 463가구에서 413가구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중대형 면적도 108~258㎡에서 89~119㎡로 축소됐다. 인근 1-2구역 역시 85㎡ 초과 172가구를 94가구로 줄였다.
당초 85㎡ 초과 650가구를 492가구로 줄이면서 전체 규모를 3,633가구에서 4,166가구로 늘리는 설계변경안을 제출했던 북아현3구역은 이보다 소형을 더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분양을 계획했던 성동구 하왕십리1-5구역도 최근 분양을 미루고 내부적으로 설계변경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권에서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신길뉴타운에도 최근 설계변경 바람이 거세다. 신길3구역의 경우 중대형을 150가구에서 63가구로 줄이는 대신 60㎡ 이하 소형을 84가구에서 232가구로 늘렸으며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7구역을 비롯해 9ㆍ12구역도 각각 설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뉴타운ㆍ재개발구역이 앞다퉈 소형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은 분양 리스크를 낮추면서 용적률을 20% 높여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포석이다. 서울시는 소형 주택 비율을 늘리는 곳에는 기준용적률을 20% 높여주고 있다.
권순형 J&A부동산연구소장은 "사업 지연으로 늘어나는 사업비 증가보다 건립 물량 확대에 다른 이득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일부에선 소형이 대형보다 분양가가 더 비싼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설계변경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성 악화로 이탈하는 조합원을 잡기 위한 노력도 잇따르고 있다. 현금 청산을 요구하는 조합원이 늘고 분양 신청을 하더라도 일반 분양분보다 더 싸게 분양권을 매물로 던지는 경우가 빈번해지자 최근에는 일반 분양에서나 볼 수 있던 추가 분담금 후불제도 등장했다. 추가 분담금 후불제는 추가 분담금 10~20%의 계약금만 내고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은 입주 때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신길뉴타운ㆍ북아현뉴타운 내 일부 구역에서 시공사들이 이 같은 혜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조합이 일반 분양 성공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설계변경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사업성을 높이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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