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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당국이 전세계 해운업 1·2·3위 업체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해운동맹 출범을 승인했다. 세계시장 점유율 40%에 육박하는 거대 동맹 출현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해운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미 연방해사위원회(FMC)는 세계 해운업계 1~3위를 차지하는 덴마크의 머스크라인, 스위스의 MSC, 프랑스의 CMA-CGM 가 손잡는 해운선사 동맹 'P3' 출범을 승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MC는 지난해 12월 P3 측에 동맹 출범이 공정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추가 자료를 요구하며 승인을 보류했으나 3개월 만에 승인 결정을 내렸다.
동맹이 정식 출범하려면 아직도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각국 경쟁당국의 승인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머스크라인 측은 "올 상반기 내 승인을 얻어 2ㆍ4분기 중 동맹이 출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동맹 출범 이후 이들 해운사는 보유선박 255척을 공유해 선박운항이 활발한 세 노선인 아시아~유럽, 태평양 횡단, 대서양 횡단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들 동맹이 매년 소화할 컨테이너 수는 260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상위 3사의 동맹은 전례가 없는 일로 독점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세계 점유율 40%에 근접하는 3사가 주요 항로를 장악해 중소 선사를 고사시키고 궁극적으로 운임까지 크게 끌어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해운업계에서는 P3의 물량 점유율이 아시아~유럽 노선과 대서양 횡단노선에서 각각 40% 이상, 태평양 횡단노선에서는 24% 이상일 것으로 전망한다. 덴마크의 해운평가사 시인텔의 라르스 얀센은 "다른 해운동맹은 P3의 수송능력을 따라잡기가 매우 어렵다"며 "동맹 출범은 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아시아 지역 선사들의 위기감은 남다르다. 존 루 아시아선주협의회장은 "P3는 독점에 매우 가깝다"며 "이처럼 수송능력을 집중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규탄했다. EU집행위원회 역시 이들 동맹의 시장 점유율이 허용 기준치인 30%를 넘는 점을 지적하며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독점 논란에도 거대 해운사들이 손을 잡기로 한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온 해운업 불황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절감 차원이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 물동량에 비해 보유선박이 너무 많아 골머리를 앓아왔다. 맥쿼리리서치에 따르면 머스크라인은 동맹 출범으로 연 10억달러의 비용을 아낄 것으로 추정되며 선박공유를 통해 빈 컨테이너를 줄여 연료 및 물류비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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