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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칼' 겨눈 미국

'JP모건 中 채용비리' 수사에 당서기 포함

고위관료 35명 관련 소환장

"남중국해 갈등이 영향 미쳐"

미국 사법당국이 중국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왕치산 중앙기율위 서기를 부패의 상징으로 직접 겨냥했다. 왕 서기는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 서열 6위로 시 주석의 칼이라고 불리는 최측근이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긴장감이 높아가는 가운데 미국 측의 이런 행동은 상당한 외교적 파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체이스의 채용비리를 조사 중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말 JP모건과 중국 고위관료 35명의 통화·면담 내역 일체를 제출하라고 JP모건 측에 소환장 형식으로 요청했다. WSJ는 고위관료 35명 중 첫 줄에 왕 서기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이와 관련해 미 법무부 또한 왕 서기와 관련한 자료를 JP모건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JP모건의 채용비리 조사는 지난 2013년 8월 뉴욕타임스(NYT) 등에서 글로벌IB 들이 중국 고위관료 자녀들의 고액연봉 일자리와 정책정보 및 수익성 높은 사업기회를 맞바꾸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JP모건은 2006년부터 '아들과 딸'이라는 비공개 프로그램을 가동해 중국 고위층 자녀를 특별 채용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JP모건은 중국 광다그룹 탕솽닝 회장의 아들 탕샤오닝을 채용한 후 이 그룹 산하 광다은행의 자문을 맡았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고위관료는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과 푸청위 전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 회장, 샹쥔보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 등이다. 이 가운데 가오 부장의 아들인 가오주는 조사가 시작되자 JP모건을 떠났다.

WSJ는 아직 왕 서기를 포함해 이들 중국 고위관료들이 직접적인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하면서도 SEC가 소환장 형태로 자료를 요청했다는 것은 잠재적인 증거에 대한 요청이 아니라 증거 자체에 대한 요청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JP모건이 제출하는 자료가 채용비리의 직접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안팎에서는 미 SEC의 조사 사실과 왕 서기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언론에 드러난 데는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SEC의 조사가 이미 2013년부터 계속돼왔고 JP모건뿐 아니라 씨티·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뉴욕멜런은행 등 글로벌 IB에 전반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왕 서기를 새롭게 지목한 데 주목했다.

FT는 이 때문에 이번 상황이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려 미중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 정부 일각에서는 미 SEC의 행동에 대해 비열한 언론 플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왕 서기가 기율위 서기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려다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것도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왕 서기는 미국으로 도피한 중국 부패관리의 소환을 위해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양국 간 범죄인 인도협정 체결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방미 계획을 연기했다고 앞서 미국에 서버를 둔 명경신문망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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