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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공포를 심는다

제11보(133∼157)



백34는 반상최대의 끝내기. 바로 이 자리를 흑이 차지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안팎으로 15집 정도의 차이가 있는 곳이다. 여기서 이세돌은 마지막으로 5분을 숙고했다. 그 사이에 박정상은 참고도1의 흑1 이하 흑9를 타이젬에 올리고 말했다. "반면으로 10집 이상 차이가 납니다. 흑승이 확실합니다."(박정상) 흑35는 박정상이 예측한 그대로였다. 그런데 백36의 응수를 확인한 이세돌은 노타임으로 37에 끊어 버렸다. 저우쥔쉰은 다음 수를 두지 않고 3분의 시간을 썼다. 3분은 그에게 남아있던 시간의 전부였다. 초읽기 카운트다운의 독촉을 받고서야 비로소 저우쥔쉰은 백38에 받았고 이세돌의 흑39는 다시 노타임. 박정상은 타이젬에 참고도2의 백 1 이하 흑10을 올려놓고 말했다. "백진이 완전히 폭파되고 맙니다. 하변의 1선젖힘이 묘수의 시발점이 된 겁니다."(박정상) 바둑 격언에도 나와 있다. '1선 젖힘에 묘수 있다'는 그 격언. "이렇게까지 야멸차게 수를 내지 않아도 흑승인데 이세돌은 최강의 수단으로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거지요."(박정상) 승부사들, 특히 조훈현이나 이세돌 같은 파이터들은 판정승보다 케이오승을 즐긴다. 그러한 경향에 대하여 언젠가 서봉수가 한 말이 있다. "상대방에게 공포를 심어 놓으려는 것이지요. 언젠가는 링에서 다시 마주칠 텐데 미리 공포를 심어 놓으면 다시 만나도 상대가 이미 주눅이 들어 힘을 못 쓰게 마련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친구들은 아주 사정없이 밟아 버리는 겁니다."(서봉수) 이세돌이 흑57로 따내자 저우쥔쉰은 더 견디지 못하고 돌을 던졌다. 이세돌은 복직 후 10연승에 성공했다.(49…47의 왼쪽. 55…40) 157수끝 흑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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