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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5월 29일] 작은 배려가 최고의 금슬이 된다
입력2009-05-28 18:23:23
수정
2009.05.28 18:23:23
유재섭(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며칠 전 집을 나서는데 아내가 평소와 달리 내게 살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순간 나는 아내의 행동에 적잖이 당황했다. 혹여 내가 무언가 잊은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았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아내의 생일도, 그렇다고 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도 아니었다.
그날(5월21일)이 바로 ‘부부의 날’이라고 아내가 가르쳐준 뒤에야 한편으로 안도하면서 배웅하는 아내에게 미소를 보냈다.
나는 부부라는 이름이 참 좋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 것이 벌써 36년인데 이제와 새삼스레 ‘부부의 날’을 챙기려 하는 아내가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지나온 세월동안 내 옆자리에서 말없이 가정을 지켜준 아내를 생각하면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드는 것은 당연지사일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나의 지나온 날들이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터라 그 옆에서 나를 바라보는 아내의 삶 역시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감정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다. 어색하고 쑥스러운 마음에 지금껏 살가운 말 한마디 해준 기억이 별로 없다.
요즘 우리나라는 이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서 심심찮게 이혼 얘기가 나온다. 부부가 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의 탑을 쌓는 것이다. 남녀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년으로 자란 뒤 가정을 이루면서 어찌 다툼이 없고 완벽하기만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그런 기대를 ‘마음속의 기준’으로 삼고서 상대방을 끼워 맞추려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다. 한 부자가 아주 아름다운 건물에 올라가게 되었는데 특히 3층이 아름다웠다. 집으로 돌아온 부자는 당장 목수를 불러 자신이 보고 온 건물을 설명하고 그와 똑같은 3층 건물을 지으라고 명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공사현장을 찾은 부자가 목수에게 일의 진척을 물으니 목수가 초석을 단단히 하고 기둥을 세워 1층을 짓는 중이라고 답했다. 부자는 화를 내며 “난 1·2층은 필요 없고 3층만 필요하니 3층만 짓게나” 했다.
우리는 종종 이 부자처럼 혼자만의 가정을 꿈꾸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가정을 이끌어 나가려 하지는 않는가. 서로에 대한 이해 없이 내가 바라는 부분만을 강조한다면 제대로 된 가정이 만들어질 리가 없다.
그날 아침에 보여준 아내의 모습은 무뚝뚝한 남편을 먼저 이해하고 그에 걸맞게 보여준 일종의 사인과도 같으리라. 상대가 보내는 사인에 정겹게 화답한다면 거문고와 비파가 서로 화음이 잘 어울려 연주하듯이 ‘가정’이라는 멋들어진 곡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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