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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지름 45㎝짜리 피자를 1만1,500원에 팔았고 롯데마트에서는 한 마리에 5,000원인 통큰치킨을 팔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거품이 빠진 최저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프팬차이즈나 순수 자영업 형태로 운영하던 영세상인에게는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었다. 대기업의 횡포라는 비난에 통큰치킨은 일주일 만에 판매가 중단됐지만 소비자 권리와 가격 거품 공방, 공정과 상생의 원리가 충돌해 논란을 일으켰다. 최저가 상품은 일단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혹적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정상적이지 않은 가격 인하는 공급자와 지역 상인, 소비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미국 전체 소매업 매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월마트는 고객들에게 최저가로 상품을 공급하고 업체 간 경쟁을 부추겨 기존 상품 가격을 떨어뜨리고 물가를 낮춘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이것이 원래 '월마트 이펙트(Walmart Effect)'의 의미다. 하지만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인 저자는 책을 통해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사례에서 대형 할인점이 물가와 지역 경제,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분석해 부정적인 월마트 이펙트까지 파헤쳤다. 최저가 상품에 환호했던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의 유혹 앞에서 지나치게 많은 물건을 사거나 충동구매의 노예가 됐다. 월마트에서 쇼핑하면 식료품 구입비의 15%를 절약할 수 있고 연간 소득이 5만2,000달러인 4인 가족은 연간 900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재정 상태는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패키지로 저렴하게 구입하는 대신 '과다지출'에 빠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1갤런짜리 오이피클을 2.97달러에 팔아 판매량은 늘었지만 정작 가정에서는 유통기한 안에 소비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결국 싸게 사서 나머지는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월마트가 최저가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절감 노력에서도 부작용이 파생된다. 인건비 인하의 압력에 월마트 매장 직원들은 열악한 근로 조건에 내몰린다. 또한 월마트 효과는 슈퍼마켓 업체들의 몰락도 초래했다. 월마트가 미국의 식품 소매시장을 장악한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31개 슈퍼마켓 체인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이들 중 27곳이 파산의 주요원인을 '월마트와의 경쟁'이라고 밝혔다. 월마트와의 거래가 기업들에 독배(毒杯)가 되기도 했다. 1994년 기준으로 월마트와 거래량이 많은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4개 업체가 연이어 파산했다. 월마트와 거래하기 위해 이윤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까닭에 월마트에 제품을 많이 공급하면 할수록 영업이익률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리바이스가 월마트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이후 브랜드 가치가 20달러짜리 최저가 청바지로 추락한 사례를 들었다. 책은 거대 자본력을 가진 월마트가 개선해야 할 부분 뿐아니라 합리적인 소비자의 선택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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