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석유수출국기구(OPEC)산 원유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재차 감산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는 OPEC 원유 생산량의 3분의1을 담당하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 생산량을 조절하며 가격 조정자인 이른바 '스윙프로듀서(swing producer)'를 해온 사우디가 더 이상 이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10일(현지시간) OPEC이 월례보고서를 통해 내년 OPEC산 원유에 대한 전 세계의 수요가 올해 하루 2,940만배럴보다 적은 하루 2,892배럴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전 세계 원유 수요는 올해 9,113만배럴에서 증가한 9,226만배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OPEC산 원유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주 수출지역인 아시아와 유럽 지역 내 수요가 내년에 감소하는데다 비OPEC 회원국과 미국 셰일 공급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OPEC은 분석했다.
내년 OPEC산 원유 수요는 2004년 이후 최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현재 OPEC 회원국의 생산량 쿼터인 일일 3,000만배럴보다 100만배럴 이상을 밑돌아 심각한 공급초과 상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사우디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감산불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날 페루 리마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OPEC의 감산계획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왜 우리가 생산을 줄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여러분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왔으니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것"이라며 "모든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내리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사우디가 오랫동안 견지해온 스윙프로듀서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악재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전달되면서 유가는 속절없이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2.88달러(4.5%) 떨어진 배럴당 60.94달러로 5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4.9% 하락해 5년 만에 처음으로 65달러선을 하회한 63.56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모건스탠리는 내년 2·4분기에 브렌트유 기준 43달러까지 유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도 50달러선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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