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국 증시는 전날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RRR) 동시인하라는 대형 호재를 안고 출발했다. 하지만 약발은 채 하루를 못 갔다. 장중 한때 반등을 시도한 상하이종합지수는 개인들의 투매 속에 1.72% 내린 2,927.29로 장을 마쳤다.
마오쩌둥의 '가난하고 힘든 나라'를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중국식 자본주의'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강력한 통제와 일사불란한 정책집행으로 고속 질주하던 중국식 발전 모델에 금이 가면서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중국 증시 폭락은 더 이상 시장에 대한 일방적 통제로는 경제발전을 이끌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한 정부 개입이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국은 올 들어 수 차례 금리와 지준율을 낮추며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은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도 무너지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전날 "중국 경제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며 경제발전의 주요 목표 달성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지만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성장계획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에인절 유바이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구원은 "중국 당국에 시장 변동을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내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에 의존하던 경제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내수 소비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속성장 과정에서 국유기업과 극소수의 부유층에게만 과실이 돌아가는 구조가 고착된 점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카르스텐 홀츠 홍콩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식 자본주의의 가장 큰 부작용은 부의 불평등"이라며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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