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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걱정 앞서는 탄소배출권거래제


백광열


내년에 시작되는 탄소배출권거래제는 지난 1~2년 사이 급변한 글로벌 탄소감축, 금융체계 변화와 동떨어져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탄소배출권을 유가증권화해 거래시키려는 정책은 잘못이므로 중단시켜야 한다.

이 정책의 문제점은 유럽연합(EU) 국가들에서 이미 드러났다. 배출권 판매이익의 대부분은 탄소감축 사업에 투자되지 않고 거래제를 악용한 발전회사와 증권사 등 유통기관의 몫으로 돌아갔다.

글로벌IB만 배불려 EU선 정책실패

글로벌 금융그룹 UBS에 따르면 그 규모가 자그마치 2,870억달러(약 300조원)로 추산된다. 우리나라가 같은 길을 걷는다면 배출권 수요자인 대형 제조업체 등의 부담이 급증해 국제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유엔과 유럽의 탄소체제에서 배출권이 매우 까다로운 재판식 검증절차를 거쳐 발행된다는 점도 고비용 구조에 한몫한다. 환경부가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판사·검사·변호사 등 1인3역을 하며 배출권을 발행하겠다니 어떤 문제가 튀어나올지 걱정이 앞선다.



배출권거래제가 시작되면 국내 탄소금융시장이 외국계의 손에 들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배출권은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이어서 JP모건·도이치증권 등 몇 안 되는 글로벌 증권사 정도만 이를 다룰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외국계 컨설팅사에 고액 자문료를 주고 설계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한국 경제의 '트로이 목마'가 숨어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가 탄소규제 정책을 철회할 경우 EU에서 "한국 기업의 생산비용을 낮춰주려는 불공정 보조금 제공행위이자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며 무역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일본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유엔과 유럽의 배출권 검증 및 파생금융상품화 방식을 내던졌다. 그 대신 유럽식 배출권거래제에 반대해온 미국의 비호 아래 정부 차원의 공적원조 프로젝트와 연계해 동남아·남미 등지에서 저렴하게 배출권을 확보하는 양자(兩者)체제를 선택했다. 베트남의 낡은 증기기관차를 대체할 고속철도를 일본 자본과 기술로 건설해주고 확보한 배출권을 자국 기업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식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베트남·인도네시아·중국 등 11개국과 협정을 맺었고 몇몇 나라와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일본이 동남아 탄소배출권을 싹쓸이하면 한국 기업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미·일처럼 저비용 양자체제 검토를

일본 정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도 일본식 배출권 검증·인증체계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여러 나라 전문가들도 동조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탄소배출 의무감축을 뼈대로 한 유엔과 유럽 중심의 다자(多者) 탄소체제는 미국의 교토의정서 불참과 일본·러시아·캐나다 등의 탈퇴로 힘을 잃었다. 반면 미국·중국·일본 주도로 개별 국가 간에 협정을 맺고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양자체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탄소 역량을 키우고 양자체제 적용 가능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탄소배출 빅2 국가인 미국·중국 간 협상과 내년 12월 UNFCCC 파리 총회가 향후 글로벌 탄소체제의 전환점이 될 것인 만큼 경과를 잘 살펴보며 최적의 규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실패로 결론 난 유럽식 거래제만 흉내 내다가 기업은 기업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비싼 대가를 치르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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