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데스크칼럼] 하인즈 케첩과 한국 식품산업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난주 미국 1위 케첩업체인 하인즈를 280억달러에 인수했다. 식품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버핏은 왜 전통적인 식품 산업에 주로 투자하는지 새삼 궁금해졌다.

식품업에 대한 그의 애정은 널리 정평이 나 있다. 세계 최대 음료업체인 코카콜라와 버거킹의 주요 주주이고 미국 초콜릿업체인 마스가 미국 껌 1위 업체인 리글리를 인수할 때는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아이스크림업체인 데어리퀸ㆍ시즈캔디스 등도 사들였다.

이유인즉 생활밀착형 소비재 산업을 중시하는 버핏의 투자원칙과 맞닿아 있다. 일상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업종이면서 오랜 세월 브랜드파워를 과시해온 장수기업이 그의 주요 투자대상이다.

이 대목에서 국내 식품 산업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장수기업ㆍ장수브랜드가 포진하고 있는 우리 식품 산업도 주식시장에서는 불황기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내수주로 각광받는다. 지난해 중반 이후 CJㆍ빙그레ㆍ대상ㆍ매일유업ㆍ하이트진로 등이 큰폭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외식ㆍ식품 등 국내 생활밀착형 산업은 요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농림수산식품부를 농림축산부로 개편하기로 하면서 기껏 이명박 정부 때 생긴 식품이라는 이름이 부처명에서 빠지게 돼 업계는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업계는 식품을 관리와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진흥해야 할 산업으로 보지 않는 정부의 인식이 드러난 결과라며 즉각 반발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가 '농림축산식품부'로 변경하기로 의결해 식품이 다시 추가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K푸드, 해외에서 고급먹거리로 성장



업계는 식품 산업이 국내 제조업의 15%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4%, 고용의 5%를 차지하는 산업이라고 강조한다. 더욱이 식품자급률이 20%대에 그치는 국내에서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도 식품 산업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식ㆍ제빵업계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이후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제빵업계 1, 2위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국내 출점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동반위 권고에 따라 국내 중소기업기본법 기준 대기업은 앞으로 M&A를 통해 제과점업이나 외식업에 신규 진입할 수 없다. 가령 CJ푸드빌ㆍ새마을식당ㆍ원할머니보쌈ㆍ놀부 등과 같은 유명 외식업체들은 다른 기업을 M&A할 수도, 새 브랜드를 내놓을 수도 없는 고강도 규제를 받게 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국내 식품기업들이 이미 좁은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성장하면서 K푸드를 고급 먹거리로 포지셔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농심 신라면은 중국에서 제일 비싼 라면보다 1.5배 비싸게 팔리고 있고 빙그레 메로나는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개당 2,000원이 넘는 가격에도 매월 수만개씩 팔려나간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중국에서는 결혼식 답례품으로 베트남에서는 제사상에 올리는 귀한 음식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해외진출 기업들에 정부의 지원이나 육성책이 있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기본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정도의 대답에 그친다. A 식품업체 관계자는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KOTRA를 통해 기초 정보를 받을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지원은 전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B 식품업체 관계자는 "해외진출을 도와주는 건 고사하고 국내 사업에 발목이나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시니컬한 반응이 돌아온다.

한류 문화 전파의 화룡점정은 음식

국내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 기업들은 앞으로 더한층 죽을 힘을 다해 해외로 나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중 일부 기업은 해외에서 K푸드를 확산시키고 K팝에 버금가는 K푸드 붐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지만 결국 한 나라의 문화를 가장 제대로, 오랫동안 스며들게 할 수 있는 화룡점정은 역시 음식이다. 식품ㆍ외식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맛을 알리고 한국 문화의 전령사가 되면 정부는 이들에게 뭐라고 얘기할까. "그래서 일찍이 내수시장은 좁으니 해외로 나가라는 거 아니었냐"라며, "정부 덕에 이렇게 잘된 거 아니냐"며 함께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을까. /hylee@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