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결정체인 건축에는 건축주의 강한 의도와 주관성이 숨어있다. 건축에 내재된 이 같은 '의미'를 역사와 함께 짚어본 책들이 나란히 출간됐다. 건축학자인 임석재 이화여대 교수의 '계단, 문명을 오르다'는 건축 중에서도 특히 '계단'에 집중했다. 계단은 하늘에 닿고픈 인간의 수직욕망을 반영한다. 바벨탑과 피라미드가 대표적이다. 옥외 계단은 정치 권력을 과시하거나 종교적 목적을 품고 있었고 전쟁은 나선형계단을, 기독교는 '야곱의 사다리'라는 은유적 상징을 만들어냈다. 그리스ㆍ로마 시대의 계단은 기능에 충실했으며 르네상스 시대에는 '누구누구의 작품'이라는 식의 작가주의가 등장했다. 서양계단 역사의 전성기인 바로크 시대의 계단은 과장된 권위의 표현을 위해 극단화된 모습으로 나타났으며, 파티문화가 확산되면서 계단은 놀이 공간으로도 변모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기능과 효율이 강조되면서 계단의 역할은 줄어들었고 엘리베이터라의 등장은 쇠락의 결정타가 됐다. 임 교수는 "계단은 원래 한 문명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성이 농축된 부재였다"고 강조하며 "계단에 축척되어 왔던 인문사회학적 의미가 복원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권 각 1만6,000원.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는 건축에 투영된 인간의 욕망과 의도를 파헤치는데 초점을 맞췄다. 박물관(뮤지엄)은 처음에 전쟁 약탈품을 자랑하기 위한 공간이었으나 19세기 말 이후 민족국가의 출현에 따라 국민 통합을 위한 상징적 존재로 탈바꿈했다. 학교와 병원, 감옥의 공통점은 교사, 의사, 교도관 같은 소수가 다수를 관리하는 권력관계가 건축의 구조에 반영돼 있다. 백화점은 미로 같은 공간구성으로 고객의 구매 본능을 계속 자극하며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조를 갖고있다. 건축가인 저자는 건축물이 실용적 목적으로만 지어진 공간이 아니라 특정의 메시지를 품은 주관적 공간임을 강조하며 "공간설계를 보면 건물이 왜 그렇게 지어졌는지, 건물에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어떤 행동을 유도하려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1만2,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