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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사람 오가는 거리에서 아이디어 씨앗 찾아라

■ 트렌드 시드 (황성욱 지음, 중앙북스 펴냄)<br>자료 뒤적이고 회의·논쟁만으론 기발한 아이디어 절대로 안나와<br>거리 특유의 트렌드 읽다 보면 소비자 공략할 해법 쉽게 도출


거리를 다니며 관찰한 트렌드의 개념들을 '트렌드 보드' 형태로 정리해 보면 아이디어를 추출해 내기가 쉬워진다. 신사동 가로수길과 명동 지역을 탐방한 후 작성된 트렌드 보드. /사진제공=중앙북스

기막힌 아이디어는 소비자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데서 시작된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이마트의 쇼핑카트에는 컵과 휴대전화 받침대가 설치돼 있고, 매장 안내 지도도 마련돼 있다. 대형마트에서 휴대전화와 시음 음료수를 마시며 쇼핑하는 구매자들을 관찰한 결과다. /사진제공=중앙북스

트렌드 시드(Trend seed)란 소비자 현장에서 관찰되는 작은 트렌드의 징후로 앞으로 큰 유행이 될 신호이자 명확한 트렌드로 발현될 씨앗을 가리킨다. 여기다 또 하나, 시드의 S.E.E.D.는 센싱(Sensing), 엑스트랙팅(Extracting), 엑스팬딩(Expanding), 디스커버링(discovering)의 앞 글자. 즉 관찰을 통해 유행의 신호를 '감지'하고 '추출'해 '확장'하고 '발견'하는 일련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도출 방법론의 약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삼성인력개발원의 '스트리트 트렌드 아이디에이터(Street Trend Ideator) 과정 담당 교수로 거리에서 배우는 트렌드를 통한 아이디어 발상교육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 제일기획,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스타벅스코리아, 아모레퍼시픽ㆍ국민카드, 아시아나항공 등 다양한 국내 기업에서 'SEED'를 통한 프로젝트와 워크샵을 진행했다.

책의 주장은 명료하다. "아이디어의 씨앗은 거리에 있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 뿐인 책상에 앉아 트렌드 자료를 뒤적이며 대여섯 시간씩 회의와 논쟁을 벌인다고 해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를 관찰함으로써 그 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패턴화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해 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물론 아무 거리에나 나간다고 해서 누구나 트렌드와 미래의 콘셉트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관심'이며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다.

책은 트렌드 감지를 위해 실제 서울의 거리들로 독자를 안내한다. 강남 신사동의 가로수길에는 이야기를 담은 액세서리 소재인 참(charm)으로 의미 있는 장신구를 만들 수 있는 '트롤비즈'가 있고 나만의 자전거를 만들 수 있는 클래식 자전거 주문 판매장인 '아나비'가 있다. 이들은 상품을 넘어 문화를 판매하며 'DIY'와 '나만의 가치'라는 트렌드를 보여준다. 발 빠르게 변화하는 이태원에서는 다문화적인 특성과 실험적인 최신 라이프스타일을 동시에 감지할 수 있다. 명동은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 소비자들의 경향까지 한번에 살펴볼 수 있다. 청담동과 압구정동은 고급시장을 비롯해 아직 대중화하지 않은 새로운 문화가 한국화를 시도하는 '테스트 마케팅 지역'으로 발전하고 있고, 홍대앞은 젊은 소비자와 관련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곳이다.



발견해 낸 트렌드 시드를 곰곰히 생각하면 하나의 의미 있는 코드를 '추출'해 낼 수 있다. 그런 다음 이를 통해 기존 서비스와 마케팅이 가진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확장'하는 단계에 이른다. 이 같은 과정은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로 연결된다. 제품과 서비스는 결국 소비자를 위한 것이니,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아이디어는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하는 데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아이디어 발상의 골자다.

덧붙여 저자는 SNS리서치와 인터넷 검색, 제품이 아닌 쓰임새를 바꾸는 의미혁신, 가상과 현실을 결합한 콘텐츠 등 지금 주목해야 할 의미 있는 트렌드도 제시해 주고 있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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