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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의 인간관계 엿보기

'선비의 탄생' 김권섭 지음, 다산초당 펴냄


열흘이나 병이 들어 강마을에 누웠는데/창공의 맑은 서리 온갖 나무 이울었네 가을 달 멀리 비쳐 강물은 더욱 희고/저문 구름 높이 떠 옥봉이 쓸쓸쿠나 옛일이 느꺼워 눈물이 자주난다/우리 님을 그리며 난간에 기댔노라 조선시대 엘리트이자, 최고의 시인으로 꼽히는 송강 정철(1536~1593)이 한 몸처럼 지내던 친구 율곡과 헤어져 앓아 누운 신세가 서러워 쓴 시 ‘서호병중억율곡(西湖病中憶栗谷:서쪽 호수에서 병중에 율곡을 생각하며)’ 중 일부다. 정철 하면 평생의 벗인 율곡과의 깊은 우정이 떠오른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1556년 처음 만나 깊은 교감을 나눈 후 학문과 시국을 논하는 막역한 친구가 됐다. 다혈질인 송강에게 차분하고 원만한 성품의 율곡은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공격을 당할 때마다 바람막이 역할을 해 줬다. 송강이 늘 율곡을 그리워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정신적인 공허함으로 중심이 흔들리는 현대인에게 올곧게 자신의 기개를 펼쳤던 조선 선비의 삶에는 본받고 싶은 맑은 기운이 흐른다. 국어 교사인 저자는 20여년간의 연구로 조선 선비의 사생활을 복원해 냈다. 동갑내기 경쟁자 이황과 조식, 깊은 우정을 나눴던 이율곡과 정철, 동시대 인물은 아니지만 서로 사제관계를 유지했던 이황과 정약용 등 조선시대를 대표했던 선비 9명의 삶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에피소드에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배움을 실천하고 스스로를 독려했던 그들의 진실을 만날 수 있다. 엄격하고 준엄한 공인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는 겉으로 맴돌기만 하는 오늘날의 얄팍한 인간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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