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웬만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인터넷과 휴대폰·방송 결합상품을 안내하는 플래카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결합상품을 이용하면 어느 한 서비스는 공짜거나 파격적 가격으로 이용 가능하다.
그 중 '방송 서비스'는 결합상품 등장 이후 플랫폼 사업자들의 '보조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돼 '유료방송' 이용요금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이용자가 유료방송을 통한 '방송'이 '공짜'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그러나 시장 현실을 볼 때 이 같은 전제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방송'이라는 콘텐츠의 주인일 때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지상파방송과 약 200개에 달하는 프로그램 제공자(PP)가 생산해내는 콘텐츠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들이 가입자 확보 경쟁을 위해 방송 같은 콘텐츠를 저가로 제공해 활로를 찾는 모순이 생기면서 콘텐츠 사업자들이 희생하는 문제점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콘텐츠는 전형적인 창조산업이다. 그리고 콘텐츠 사업자들은 시장개방 등 변화된 환경에서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여기에 변화된 환경과 맞지 않는 규제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이는 창조경제를 기조로 하는 현 정부의 방침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최근 한 인터넷프로토콜(IP)TV사에서 6만원을 호가하는 '스타워즈' 전편 패키지를 독점 제공했는데 판매량이 상당했다고 한다. 이는 국내의 많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 즉 양질의 콘텐츠에 돈을 지불할 의사를 분명히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에게도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있다. 그렇게 만들어낸 콘텐츠가 제값을 받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따라서 적절한 콘텐츠 대가 산정과 공정한 콘텐츠 거래문화가 뒷받침된다면 양질의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제작될 것이다. 콘텐츠야말로 미래를 책임질 산업이며 국부(國富)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정당한 보상으로 만들어진 제대로 된 콘텐츠를 즐길 '권리'가 있다. 더 늦으면 콘텐츠 제작 시장이 어찌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공정한 콘텐츠 거래문화가 정착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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