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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리포트] "유럽위기·고실업으로 경기회복세 일시적 둔화 가능성"

주요 투자은행들이 전망하는 하반기 미국경제<br> FRB 금리인상 예상시점 올해말서 내년 이후로 늦춰<br>유럽위기 신용경색 초래땐 성장률 최대 1.9%P 급락<br>금리 조기인상 등 정책실패 없는 한 더블딥 없을 것



완만한 회복세를 타고 있는 미국 경제는 하반기에 어떤 궤적을 그릴까.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유럽발(發) 재정위기와 높은 실업 등으로 미국 경제가 더블 딥(이중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의 경고대로 최근 제조업을 제외한 소비와 고용ㆍ주택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예상외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루니비 교수와 같은 '닥터 둠(Dr. Doom)'이 아니더라도 유럽 재정 위기와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 경제에 주름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월가에서도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유럽 발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높은 실업, 물가안정 등을 감안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예상 시점을 올 연말에서 2011년 이후로 늦추는 추세다. ◇더블 딥이 아닌 소프트패치=월가는 최근 실물ㆍ금융 시장에 드리우진 암운을 더블 딥의 징후로 해석하기 보다는 경기 상승세의 일시적 위축을 의미하는 '소트프패치(Soft Patch)'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경기회복 속도는 상반기 보다는 하반기에 다소 둔화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이너스 국면으로 다시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미 경제의 진로가 고실업과 저물가로 불안한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경기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던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경기보고서를 통해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부양 효과의 소진으로 하반기 성장세는 다소 둔화될 전망"이라며 "하반기 성장률을 당초 3.4%에서 3.2%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준 금리의 조기 인상 등 정책 실패가 없다면 더블 딥에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IB) 가운데 비교적 낙관론을 펼치는 JP모건도 지난달 말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면 경기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 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본계 다이와 캐피탈도 최근 하반기 경제 성장률을 3%에서 2.25~2.5% 낮췄다. 블럼버그 통신은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지난해 여름 이후 처음으로 경기하강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며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2002년 말 발생한 '소프트패치'를 다시 떠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2001년 8개월간의 짧은 경기침체를 겪은 뒤 2002년 말 성장률 0%대의 침체에 빠진 바 있다. ◇유럽 재정 위기 영향은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주가 및 국제유가, 달러대비 유로화가 10%하락하는 시나리오라면 국내총생산(GDP)를 1년간 0.2% 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예측됐다. 노무라증권의 데이비드 레스터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재정위기가 미 경제 성장률을 0.5%포인트까지 떨어뜨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경기 전망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럽 위기가 신용 경색을 초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골드만삭스는 주가와 유가ㆍ달러가치의 가격 변동이 첫 번째 시나리오보다 2.5배 클 경우 미 성장률은 연간 1.9%포인트 급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 변수를 제외한 월가의 올해 성장률 3%수준이 1%초반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최악의 시나리오로 발진할 가능성은 다소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제임스 불라드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주 "유럽의 재정 위기가 매우 심각하고 앞으로 더 악화될 수 있겠지만 현시점에서 글로벌 경기회복세를 좌초시킬 정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금리인상 예상 시기 잇달아 늦춰져=월가는 금리인상 예상 시점을 내년 이후로 늦추고 있다. 영국계 바클레이즈는 당초 올 3ㆍ4분기 금리인상 전망을 거둬들이고 내년 2ㆍ4분기로 조정했다. BoA 메릴린치는 지난달 내년 3월에서 내년 8월로 수정한 데 이어 이달 들어 11월로 또다시 연기했다. 모건스탠리도 올 3ㆍ4분기에서 내년 1ㆍ4분기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미국계 5대 투자은행은 모두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금리인하 지연 요인은 '고실업 및 저물가'다. FRB조차 실업률이 올 연말 9.1~9.5%, 내년에는 8.1~8.5%에 달할 것으로 내다볼 정도로 고용시장 회복은 극히 더디다. 물가상승률은 지나치게 낮아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고용시장 악화로 임금 상승압력이 줄어 든데다 재고누적과 소비부진으로 기업이 제품 가격을 인상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 하락도 저물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7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CPI)는 전월(0.1%하락)에 이어 또다시 0.2% 떨어졌다. 원자재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0.9% 상승에 그쳐, 196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나친 저물가는 기업과 소비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 자칫 일본식 불황인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아예 내년 중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5대 투자은행 가운데 금리 인상 시기를 2012년으로 가장 늦게 내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는 "미국의 대공황과 일본의 불황 전문가인 벤 버냉키 FRB의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디플레이션만은 강력히 방어할 것"이라며 "만약 이런 징후가 나타난다면 종료된 양적완화 정책을 재 가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프트패치(Soft Patch)란


상승 국면의 경기가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지난 2002년 11월 의회 증언을 통해 이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린스펀은 미 경제가 골프장에서 잔디가 잘 자라지 못해 공치기 어려운 지점을 가리키는 '라지 패치(Large Patch)'에 빠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소프트패치에 빠졌다"고 비유했다. 이후 이 용어는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는 등 경제 상황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해도 더블 딥과는 달리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지지 않고 회복세를 이어간다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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