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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거래소 기본은 하자

상장 과정에서의 회계 문제로 국내 증시에서 퇴출될 처지에 놓인 중국고섬은 2011년 1월25일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하는 방식으로 코스피시장에 입성했다. 중국고섬은 상장 이틀 만에 주가가 시초가(6,300원) 대비 13.5%나 빠지는 등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당시 일부 업계 전문가는 'DR를 원주로 교환해 매도 후 차익을 노려라'는 조언을 했다. 불과 2년 전 일이지만 이처럼 과거에는 원주와 DR의 가격 차이를 활용해 차익을 거두는 투자가 가능했다. 지금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과거와 달리 거래 시스템이 발달해 시공간에 따른 거래 장벽은 사라졌다. 또 국내외 투자자들 모두 해외시장에 상장된 대표기업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보 비대칭 문제도 크게 줄어들었다.

최근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서 해외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들의 주가를 살펴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한국 기업들의 DR 가격과 거래소에 상장된 원주의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큰 종목들이 있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GDR 가격이 원주보다 무려 47%나 높게 거래되고 있었다. 신한금융지주는 원주가 ADR보다 50% 정도 비쌌다.

의문이 들어 취재를 시작했던 기자는 황당한 답변에 손을 놓고 말았다. 기아차와 신한금융지주의 DR와 원주 가격 차이가 큰 것은 거래소가 해외 증시 자료 업데이트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었다. 확인 결과 기아차는 이미 지난해 9월 미국과 유럽 증시에서 상장폐지됐고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10월에 DR와 원주의 가격비율을 0.5대1에서 1대1로 변경했다. 이를 반영하지 않고 과거 DR 가격 기준으로 거래소의 원주 가격과 비교하다 보니 가격 차가 크게 난 것이다.



거래소는 스스로 정관 제2조에 '지수를 포함한 시장정보 제공 및 판매'를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취재를 하는 기자나 투자자들은 이런 거래소의 역할과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기본적으로 신뢰를 가지고 있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은 실망스럽다기보다는 어이없는 수준이다.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말하기 전에 시장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무엇이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부터 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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