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제대국들이 출구전략을 위한 예열에 들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쏟아부은 천문학적 자금 덕분에 금융시스템이 안정됐고 실물경기도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RB는 '금융시스템에 투입되는 자금의 규모를 이른 시일내에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부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FOMC 의사록은 "통화정책 위원들은 시일을 두고 유가증권 등 FRB가 보유한 자산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일치를 보았다"며 "일부 위원들은 FRB 자산을 더욱 빠르게 줄이기 위해 가까운 장래에 자산매각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FRB의 이 같은 방침은 현재 2조2,600억달러 규모의 보유자산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입한 주택담보대출 관련 증권 등을 매각, 이전처럼 국채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FRB는 그 동안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해결하기 위해 모기지담보증권(MBS)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무한정 자금을 방출해 왔지만 이제는 과도한 시중자금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은행 지급준비율을 추가 인상하는 등 긴축조치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당국이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은행대출 억제 등의 조치를 취해왔지만 이 정도로 시중 자금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크레디스위스 그룹의 동타오 이코노미스트는 17일 "올들어 진행된 중국 당국의 2차례 지준율 인상은 시장에 긴축의 시그널은 알렸지만 실제 경기 과열을 식히기 위한 효과로서는 미흡했다"며 "중국 정부가 조만간 1.0%포인트의 추가 지준율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 1월 중국 은행대출은 1조4,000억위안 안팎에 달하면서 올 한해 정부의 신규 대출 목표인 7조5,000억위안의 20%에 가까운 돈이 이미 시중에 풀린 상태다. 이는 시차를 두고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지난 1월 70개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21개월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당장 기준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긴축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인플레 추이를 보아가며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저울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타오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가 3%를 넘어서면 중국 당국이 기준금리 인상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이며 그 시기는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유동성 공급축소에 돌입한 일본은 그 규모를 늘리며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행은 오는 3월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프로그램을 완전히 종료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8일 "이는 일본은행이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실시한 유동성공급 프로그램들의 대부분이 곧 끝날 것이란 의미"라고 전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기업어음(CP)의 매입규모를 기존 4,000억엔에서 3,000억엔으로 줄이기로 했고 지난달에는 추가적인 국채매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신문은 "금융기관들이 일본은행의 자금공급 프로그램들 때문에 중앙은행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기관들 간의 거래가 줄어들고 유동성 흐름도 악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본은행은 시장의 기능을 활성화하는데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행은 대신 지난달 12월 시행한 총 10조엔 규모의 3개월짜리 초저금리(0.1%) 자금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이 그러나 출구전략을 본격 시행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의 유동성 축소 움직임에 디플레이션 타개를 이유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일본은행이 (정부의 압력 때문에) 다시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재개할 거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아직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며 긴장감을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