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가 미국과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세계 경제 전망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그리스ㆍ스페인 등의 경기둔화가 독일ㆍ프랑스 등 유로존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경제 대국으로 전이되고 유로존 금융 시스템의 부실 문제가 실물경기를 위축시키며 다시 국제 무역에 타격을 주고 있다.
중국 경제가 유럽 침체의 여파로 각종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그나마 호조를 보이던 미국 경기도 이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 중국의 세계 3대 경제권이 상호 악영향을 미치면서 '동반 추락'의 늪에 빠진 것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될 경우 전세계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IMF는 지난 4월 발간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경제는 3.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하고 이에 따라 유럽 은행들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가속화할 경우 오는 2013년 말까지 전세계 경제생산이 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 경우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은 3.5% 감소하고 미국과 일본은 각각 1.4%, 1.8%씩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도 GDP가 1.2%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GDPㆍ실업률ㆍ제조업지수 등 경제 상태를 가장 근거리에서 보여주는 수치들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30일 미국 연방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창 일할 25세부터 54세까지 핵심 경제활동 인구의 취업률은 75.7%로 23년 전 경기침체(리세션)으로 최악이었던 때보다 고작 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마킷이 최근 발표한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5월 잠정치는 53.9로 전월의 56.0에 비해 큰 폭으로 둔화됐으며 4월 내구재 주문도 전월 대비 0.2% 증가에 그쳐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중국 경제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올해 1ㆍ4분기 GDP 성장률은 11분기 만에 최저치(8.1%)로 하락했고 2ㆍ4분기에는 8%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월 산업생산 증가율도 3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러다가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 목표치(7.5%)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인도 등 다른 신흥국가의 경제도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인도의 올해 1~3월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5.3%로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남미의 양대 강국인 브라질은 잇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역시 올해 성장률이 3% 안팎에 멈춰 정부 목표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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