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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허술한 법으론 건보 부정 이용 못 막는다

지난 4년간 무자격자의 병ㆍ의원 이용에 쓰인 건강보험 재정이 적발된 것만 228억원(91만여건)에 이른다고 한다. 외국인, 해외 이민자, 장기간 건보료 미납자 등 건보 무자격자가 가입자나 피부양자의 보험증ㆍ주민등록번호ㆍ이름을 도용하거나 빌리는 사례가 그만큼 흔하다. 건강보험공단이 적발한 무자격자의 부정이용은 2009년 11만여건 33억여원에서 지난해 52만여건 113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새는 구멍이 워낙 많아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한다. 건보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가 엉뚱한 데로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허술한 국민건강보험법 때문이다. 병ㆍ의원은 진료를 받는 사람이 제시한 건강보험증이나 주민번호 등이 본인의 것인지, 무자격자인지 확인할 의무가 없다. 무자격자임을 알고 진료했어도 건보 급여를 타내는 데 아무런 제약도 없다. 병ㆍ의원들은 건보공단에서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요양기관 정보마당)에 접속해 주민번호만 입력하면 무자격자 여부를 금방 확인할 수 있지만 돈벌이에 도움이 안 되고 귀찮다며 기피한다.

이와 달리 선진국에서는 무자격자의 건강보험 이용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병ㆍ의원이 환자의 건강보험증(IC카드 포함)ㆍ신분을 확인하도록 하거나 주치의제도가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영보험이 발달한 미국은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보험사에 손해를 끼친 병ㆍ의원을 처벌하고 손해보상 책임을 지운다.



우리도 부정한 건보 이용에 속수무책인 현행 법을 하루 빨리 손봐야 한다. 최근 병ㆍ의원에 건강보험증 등 제출자의 본인 여부 확인을 의무화하고 위반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는 의원입법안이 제출된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적절하다. 무자격자의 건보 부정이용은 건보공단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일부를 사후 적발하고 부정 이용액을 환수하는 정도로는 결코 막을 수 없다.

주민번호 등을 도용 당하거나 빌려준 사람은 부정 이용자의 정신질환ㆍ중증질환 병력 때문에 보험가입이나 보험금 수령, 취직 등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수혈ㆍ검사오류나 약물 부작용 등 의료사고 가능성도 커진다. 병ㆍ의원의 환자 본인확인은 참진료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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