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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거북이걸음' 혁신도시 … 무엇이 문제인가

민간에 분양된 용지 1%도 안돼 … 세제 혜택 등 유인책 서둘러야

기반 공사 대부분 끝났지만 산단과 달리 지원책 없어

산업용지 분양률 18% 그쳐

공공기관 이전마저 늦어져 공동주택용지도 다 못팔아

경남 진주시 문산읍·금산면·호탄동 일대 407만7,000㎡에 조성되고 있는 경남 진주혁신도시 전경. 입주를 앞두고 있는 LH 공공 아파트 단지 주위로 주인을 찾지 못한 용지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사진제공=경상남도


9개 혁신도시(부산 제외)의 산학연 클러스터용지는 지난 2012년부터 분양을 시작했지만 2년여 동안 민간에 분양된 용지는 한두 건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전체 274만㎡ 가운데 팔린 것은 12.8%인 35만1,000㎡뿐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 및 의료R&D특구로 중복 지정돼 세제감면 혜택을 받는 대구 신서혁신도시(23만2,000㎡)를 제외하면 용지 분양실적은 5.3%(14만5,000㎡)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공공이 매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에 분양된 용지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기관도 이런저런 이유로 이전을 꺼리는 마당에 별다른 혜택도 없는 곳에 민간기업이 가겠냐"고 말했다.

부지조성 및 기반시설 공사 완료를 앞둔 혁신도시의 민간기업 유치 실적이 지지부진하면서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정부에 이전을 완료하기로 했던 공공기관들의 입주도 2년여 가까이 늦어지고 있어 당분간 용지 분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혁신도시 본연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서는 민간기업 유치를 위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세제감면 등의 전권을 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발 벗고 나서야 공공기관만 덩그러니 있는 '외발' 혁신도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집값 올랐다지만…공동주택용지도 다 못 팔아=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7년 첫 삽을 뜬 혁신도시 기반시설 조성공사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대부분 완료됐다. 아직 마치지 못한 곳인 전북혁신도시의 공정률도 99.7%였다. 부지조성 공사도 가장 낮은 충북혁신도시의 공정률이 98.9%에 이를 만큼 대부분의 혁신도시 기반조성 공사는 마무리 단계다.

문제는 공공기관 이전 용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급 아파트를 제외한 민간이 사야 할 땅이 안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을 제외한 9개 혁신도시에서 분양되는 산업용지는 분양률이 18.4%, 복합시설용지도 14%에 불과하다.

민간분양 아파트들이 양호한 청약성적을 기록하면서 덩달아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 혁신도시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이것도 대부분 중소형 아파트라는 게 골칫거리다. 실제로 전용 85㎡ 초과 대형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대부분의 공동주택용지는 미분양으로 남아 있고 가장 분양이 잘된 민간 공동주택용지의 분양률도 75.4%에 그치는 상황이다.



◇공공기관도 피하는데 민간기업 올까=이처럼 민간유치 실적 부진으로 혁신도시 조성사업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는 데는 공공기관 이전이 지연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해 3월 감사원이 내놓은 '혁신도시 건설사업 추진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까지 이전을 완료해야 했던 113개 기관 중 겨우 4곳만이 기한을 지켰다. 국세공무원연구원을 비롯해 10여곳의 기관은 감사원으로부터 주의조치를 받았다.

이렇다 보니 국토부도 지난해 7월 공공기관의 종전 부동산 매각을 촉진해 이전 계획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혁신도시의 핵심이 되는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돼야 기업·대학·연구소 유치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자체 지원책 마련이 성공 열쇠=공공기관 이전이 조속히 마무리된다고 해도 과제는 남아 있다. 혁신도시의 경우 산업단지 등과 달리 지자체의 지원책이 없다 보니 민간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유인책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감사원도 지난해 3월 각 지자체가 내놓은 클러스터 구축 계획에 대해 지원책이 부실하다며 이를 보완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발맞춰 국토부도 지난해 혁신도시의 자족기능 강화를 위해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지정하고 산업단지 캠퍼스 조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타 산업단지와 달리 법인세 감면 등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책은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지자체도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여전히 입주기업에 대한 세제감면이나 고용보조금 등의 지원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혁신도시라는 게 가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준비가 필요한데 이전을 독려하고 있는 정부를 비롯해 모두가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저성장 시대에 인구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민간유치로 혁신도시가 성공하려면 세제감면 등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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