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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절대 포털의 그늘

지난 90년대 초 PC시대에서 인터넷시대로 바뀌는 과정에서 소수의 유닉스 사용 뉴스 그룹 이용자들은 더 이상 소통을 원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접근이 가능한 인터넷시대가 오면서 쓰레기 수준의 글들이 더욱 양산됐을 뿐이라는 게 그들의 항변이었다. 인터넷시대가 성숙하면서 가장 인기를 누린 분야는 포르노, 게임, 주식 및 PC 튜닝 사이트 등이었다. 중독성이 강한 분야가 가장 먼저 젊은이들을 인터넷으로 끌어들였던 셈이다. 이제 인터넷시대는 웹시대로 바뀌었고 메신저와 블로그,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등 진화를 계속해오고 있지만 인터넷의 절대 권력을 가진 자는 바로 포털이다. 포털은 어느새 정보와 서비스의 백화점이 됐다. 포털은 지식의 보고로 학생들의 도서관이 되었을 뿐 아니라 뉴스의 매개자 역할까지 자처하고 나섰다. 정보독점·뉴스매개 역할까지 극히 일부의 포털을 제외하면 스스로 뉴스를 생산하지 않으므로 과연 포털을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반문이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기존 언론이 뉴스를 생성할 때 그 뉴스는 이미 제보자의 손을 떠나듯이 포털이 기존 언론의 뉴스를 다시 매개할 때 이미 그 뉴스는 다시 쓰여지고 있는 셈이다. 백화점의 입구인 주차장에 들어설 때 이미 그 백화점의 상품 가격을 인정할 수밖에 없듯이 포털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 네티즌은 포털 편집자의 기준과 철학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등의 포털이 기사의 헤드라인만 제공하고 검색 결과를 클릭하는 순간 해당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딥링크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언론의 가장 큰 위험성인 슈도 저널리즘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하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나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다. 혹독한 군사정권 시절에는 거리의 편집자가 가판대의 신문 한 모퉁이에 난 1단짜리 기사에 붉은 줄을 쳐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거두절미하고 퍼나른 포털의 무분별한 글들은 네티즌들의 상식을 마비시키고 지식의 감동마저 반감시킬 것이다. 이몽룡의 암행어사 출두 장면만 읽는다고 춘향전의 진한 감동이 전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공짜문화가 난무하는 가운데 싼값을 치른 콘텐츠는 네티즌을 질식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포털 자체의 생존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엄청난 포식으로 지구를 싹쓸이했던 공룡이 더 이상 스스로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멸망했듯이 절대 독점으로 콘텐츠 업계를 궁핍하게 만든 포털도 결국에는 네티즌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사실 정보 인프라가 빈약했던 과거와는 달리 네트워크의 위력이 약화되고 있는 이제 경쟁의 핵심은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바뀌었으며 그 중심에 있는 포털의 사회적 책임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뉴스 전달자로서 포털의 책임은 물론 미디어로서의 포털의 사회적 책임도 포함한다. 이미 유럽 등지에서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 비용의 일부를 인터넷 업체에 물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대규모 건축물에 교통유발부담금이 뒤따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과거 유선시장에서 인터넷이 단일표준으로 자리 잡을 때와는 달리 플랫폼 구조가 제각각인 무선시장에서도 포털이 지속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려면 그동안 고수해왔던 폐쇄성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사회적 책임 지울 견제장치를 한편 포털의 변화를 재촉할 제도적 장치 역시 서둘러야 한다. 독점의 폐해를 막을 법규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네트워크의 개방성을 극대화해나가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정보 소비자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목적은 지구상의 특정한 목적지가 아니라 바로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이라는 말이 있다. 전성기를 누리는 포털이야말로 미래를 내다보는 열린 안목을 갖춰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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