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후원한 기업들에게 상식을 넘는 양의 티켓을 양도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네요. 일반 관객들에게 관람 기회를 못 주는 상황이라면 아예 후원을 받지 않는 게 바람직합니다.” 세계 공연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에서도 가장 선도적인 공연센터로 평가 받는 BAM(Brookylyn Academy of Music)의 카렌 홉킨스 대표(57ㆍ사진)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지난 1979년 BAM에 입사한 홉킨스 대표는 특히 30여 년간 마케팅과 펀드레이징을 전문으로 해 온 재정 전문가. 그는 2005년 뉴욕 예술&비즈니스 위원회로부터 예술경영상을 받을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인정 받고 있다. 그는 10일 공연 기획자들을 대상으로 준비된 강연회에 앞서 인터뷰를 가졌다. 특히 기부문화가 척박한 한국적 상황에서의 펀드레이징 전략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호세 카레라스 내한 공연, 올 6월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내한 공연 등에서 불거진 후원기업의 티켓 독식과 관련해서는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BAM이 최근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기획했어요. 영화 ‘인디아나 존스 4’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 케이트 블란쳇이 출연할 예정입니다. 이런 경우 후원 기업들이 티켓을 많이 요구해요. 제대로 된 기획자라면 스폰서에 휘둘리지 않고 일반 관객을 위한 티켓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맞죠.” 국내 기업들이 후원금의 40~50%에 달하는 액수를 공연 티켓으로 받는 스폰서십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 역시 후원 기업들의 요구를 많이 들어주는 편이지만 아직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한 스폰서는 없었던 것 같네요. BAM은 가수 폴 사이먼의 공연을 최근 선보였어요. 당시 비자에서 제작비 상당 금액을 후원했는데 전체 25,000장의 티켓 가운데 비자 고객들에게 제공된 건 1,000장 정도였던 것 같아요.” 홉킨스 대표가 이끄는 BAM은 1861년 설립됐고 2,100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와 874석 규모의 중극장, 4개의 영화 상영관 등을 갖춘 공연센터다. 예산은 연간 3,800만 달러 정도이며 이 가운데 50% 이상인 2,000만 달러가 기업과 개인의 기부로 충당된다. 그는 기부 문화가 척박한 국내 상황에서의 공연장 운영과 관련 ▦특화된 서비스 등을 통한 개인 멤버십 제도 강화 ▦ 문화 후원을 하는 기업의 세제 혜택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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