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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6월 24일] 측정표준과 발명의 관계
입력2008-06-23 17:11:08
수정
2008.06.23 17:11:08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무사히 우주실험을 마치고 귀환했다. 그러나 귀환선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진입각도의 오차로 귀환지점보다 478㎞나 떨어진 지점에 착륙하게 됐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지난 1999년 미국의 화성 탐사선 ‘마스 클라이미트 오비터’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사고는 탐사선이 화성 궤도에 진입하면서 폭발한 것으로 이유는 도량형 통일이 되지 않았던 문제, 즉 록히드 마틴은 야드법을 쓰고 나사(NASA)는 미터법을 썼기 때문이었다.
위의 두 사건만 보더라도 정밀기술이나 우주 스케일의 기술 분야에서 측정이나 단위의 통일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소유스호는 대기권 진입 당시 단지 10도의 오차가 있었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서울~부산 간 거리보다 더 큰 거리상의 오차가 발생했고 화성 탐사선의 경우는 통일되지 않은 관습적 도량형 사용이 얼마나 큰 비용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다.
이들의 경우는 기기작동의 문제일 수도 있고 조종이나 설계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어떠한 값이나 상태의 객관적이고 정밀한 측정, 그리고 측정 값의 통일 없이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친구와 약속을 하는데 내가 말하는 오후5시와 친구가 말하는 오후5시가 다르다면 또는 나는 한국 표준시로 오후5시를 말하고 친구는 십이시의 오시(오전11시부터 오후1시까지)를 말한다면 약속 자체를 논할 필요조차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측정의 문제는 정보통신기술(IT)ㆍ우주항공기술(ST)ㆍ생명공학기술(BT)ㆍ나노기술(NT)ㆍ환경기술(ET)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더욱 부각되는데 이는 기술이 점점 작은 영역으로 또 점점 큰 영역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NT의 발전으로 원자 스케일을 측정하며 ST의 발전으로 지구와 다른 행성 더 나아가 태양계 스케일의 거리를 재고 진로를 예측한다. 나노 스케일과 우주 스케일은 극과 극이지만 정밀한 측정의 문제라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측정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기술의 지평을 열어주고 예기치 못한 발명을 가져다주기도 하는데 NT가 그 좋은 예다. 사실 나노 스케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면 나노 스케일의 조작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시도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나노미터 크기의 부품을 제작하고 조립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해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하던 것처럼 인체 내부를 항해해 환부를 찾아 손상된 세포를 치료하는 마이크로 혹은 나노 크기의 극미세 로봇 등의 제작이 실제로 가능함을 보여줬다.
이렇듯 언뜻 보기에는 연관이 없어 보이는 발명과 측정기술 간에도 상호 연관성이 있으며 공생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발명이 먼저냐 측정기술이 먼저냐를 묻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묻는 것 같이 의미 없는 질문일 수 있지만 그 근간에는 기묘한 상호 연관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발명ㆍ기술 분야가 넓어지고 깊어질수록 측정해야 할 것도, 측정 값을 정의할 단위를 만드는 것도, 통일해야 할 측정 값들도 많아진다. 측정할 수 있는 길이나 무게가 작아지거나 커질수록 측정할 수 있는 물성이 많아지고 그것이 자세해질수록 발명의 대상도 많아지고 영역도 넓어진다. 발명이 측정기술을 낳고 측정기술이 발명을 낳는 연쇄작용이 일어나는 셈이다.
발명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생활 주변에서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것도 발명이다. 측정표준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주변은 측정기술이고 측정장치들이다. 그래서 측정표준과 발명 간의 기묘한 연관관계가 문득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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