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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환율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의 대중 견제전략의 도구로 이용돼왔다는 취지의 보고서가 이례적으로 IMF 내부에서 나와 일대파문이 일고 있다.
IMF 내 독립정책평가실인 IEO는 19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IMF가 중국을 견제하려는 기구 내 '영향력 있는 주주(influential shareholder)'를 위해 중국의 외환보유액을 과장 경고해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보고서에서 영향력 있는 주주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기구 내 최대 지분국으로 중국의 외환정책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온 미국을 지칭한다고 풀이했다.
지난 2009년부터 IMF는 각국이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게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초래해 금융 안정성을 해칠 것이라며 대출기준을 강화하고 각국의 적정 외환보유량을 권장하는 새 기준을 도입하는 등 경계의 고삐를 조여왔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외환보유액이 세계 1위로 권장수준의 두 배인 3조달러에 달하는데도 이를 계속 늘리고 있다며 강하게 압박했다.
이에 대해 IEO는 IMF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의 화폐가치를 떨어뜨려 막대한 무역흑자를 누리는 것을 IMF가 막을 수 없게 되자 결국 편협한 적정 외환보유액 책정기준 등을 적용해 중국의 외환보유액을 물고 늘어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보고서에서는 "IMF는 중국의 외환보유액 증가가 세계경제에 어떤 위험을 줄 수 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하면서 위험성을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는 관심을 현재의 경제위기를 유발한 원인에서 조짐으로 돌려 재발논의를 막는 것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는 2008년 미국에서 시작돼 유럽으로 이어지는 등 선진국의 책임이 큰데 IMF는 중국의 외환보유액 증가 추세만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IEO는 IMF가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도 함께 비판했다. 보고서에서는 "IMF가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에서 풀고 있는 막대한 돈이 세계금융시장을 흔드는 데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면서 "외환보유액보다는 선진국이 돈을 찍어내는 것에 칼날을 겨눠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세계경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IMF의 다양한 분석 중 일부분에만 집중해 내놓은 보고서"라고 20일 반박했다. 그는 "IMF가 최근 각국에서 필요하다면 외화유입을 막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다"며 "이는 신흥국이 오랜 기간 주장해온 것으로 IMF가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라가르드가 진화에 나섰음에도 IMF 내부의 선진국ㆍ신흥국 간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중국ㆍ브라질 등 신흥국은 "IMF가 아시아와 남아메리카의 경제위기에는 눈을 감으면서 유럽 경제위기에는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며 수뇌부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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