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대만큼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유동성의 힘만으로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고 같은 정책이 반복되면 약발은 떨어진다. QE를 1년간 가동해도 미국 실업률이 고작 0.1%포인트밖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오히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핫머니 유입 같은 약(弱)달러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국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이르는 2조3,000억달러를 뿌렸으나 회수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구촌 무역분쟁의 뿌리인 환율전쟁의 재발이다. QE2 때가 그랬다. FRB에서 뿌린 수천억달러가 고수익을 좇아 세계 각국으로 퍼지면서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우려한 각국이 경쟁적으로 환율시장 개입에 나서 벌어진 일이다. 일본 엔화가치는 버냉키 의장이 QE2를 시사한 지난 2010년 여름 이후 6개월 동안 20% 수직 상승했다. 당시 일본의 위기감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번에 현재 달러당 77엔선인 엔화가 역사적 고점인 75엔마저 위협받는다면 일본의 실력행사는 불가피할 것이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2년 전 환율전쟁을 진두지휘한 재무상이었다. 중국도 바오바(保八ㆍ8% 성장)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위안화 상승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유로존은 이미 양적완화 정책을 쓰고 있어 유로화 가치상승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만 FRB가 추가 조치 단행을 시사한 만큼 약달러 폭풍에서 비켜나기 어렵다.
우리 당국도 비상한 태세로 이번 파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로 가슴 졸이는 상황에서 약달러 충격까지 덮친다. 14일 코스피가 2.92% 상승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환율전쟁 비용과 수출경쟁력 약화의 대가치곤 너무 미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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