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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인도네시아 전격 금리인상

루피아화 가치 급락하고… 보유외환 급감하고…<br>0.25%P↑… 다른 신흥국도 통화방어 이어질 듯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이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6%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외국인 자금 유출로 루피아화 가치 급락세가 이어지자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 것이다.

올 들어 주요국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브라질에 이어 두번째로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앞으로 신흥국 외환ㆍ통화정책의 무게중심도 통화가치 방어와 물가상승 억제로 급격히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신흥국들은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글로벌 자금이 몰리며 자산버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자 금리인상 등을 통해 이를 억제해왔다.

13일 블룸버그통신은 BI가 기준금리 동결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리를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1ㆍ4분기 성장률이 6.02%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따라 금리동결을 예상해왔다. 이처럼 BI가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것은 루피아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물가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지난달 말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자 기준금리를 8%로 0.5%포인트나 인상했다. 또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금융거래세(토빈세)를 전격 폐지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취임한 아구스 마르토와르도조 BI 총재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고 통화신뢰를 높이기 위해 금리인상을 실시했다고 분석했다. 4월 초 달러당 9,690 수준이던 루피아 환율은 이번주 들어 1만선을 수시로 넘나들었다.



BI는 12일에 하루짜리(오버나이트) 예치금에 적용되는 금리를 4.25%로 0.25%포인트 인상해 즉시 적용하면서 루피아화 하락유도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러자 결국 기준금리 전격인상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BI는 "통화 안정성 유지에 필요한 어떤 조치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뱅크다나몬인도네시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안톤 구나완은 "BI가 루피아화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금리인상으로 루피아화가 힘을 얻는 것은 물론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BI가 점차 유동성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를 올리면 루피아 가치가 올라가고 물가가 떨어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진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루피아화 가치하락을 막기 위해 지난달부터 외환시장에 개입해왔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외환시장 개입으로 5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전월 대비 5.7%(23억달러) 감소한 1,050억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빠른 감소 추세다.

루피아화 가치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외국자본의 대규모 탈출 때문이다. 외신들은 지난 14거래일 동안 인도네시아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19억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루피아화 하락세를 본질적으로 잠재우려면 정부가 서민층에게 지급하고 있는 연료보조금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보조금을 줄이고 연료 가격을 높여 연료 수입을 줄임으로써 달러화 수요를 감소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국가 예산의 16%를 차지하는 유류보조금을 줄여 재정적자를 낮추기를 희망한다고 밝히며 양해를 구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반발이 거세 자칫하면 정정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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