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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장이머우(張藝謨)와 한국영화 위기론

[데스크 칼럼] 장이머우(張藝謨)와 한국영화 위기론 홍현종 hjhong@sed.co.kr “엄마 엄마 극락에 가//이 세상 근심일랑 다 떨쳐버리고….” 엄마의 한(恨) 많은 주검 앞, 어린 아들의 외침이 공허하게 울려퍼지는 엔딩이 깊은 잔영을 남긴다. 1930년대 봉건 중국. 한 여인의 기구한 일생을 서정성 짙게 그린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은 화면을 시종 붉게 칠했다. 그리고 그 빛과 색채로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 봉건 가부장제로부터의 여성과 육체의 해방을 이미지화했다. 몇 푼 안 들인 제작비로 예술적 성찰을 깊게 담아낸 기념비적 영화 ‘붉은 수수밭’은 지난 88년 베를린영화제 대상을 거머쥐며 후진국 중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기폭제가 된다. 장이머우 변신이 주는 교훈 중국 영화 5세대 기수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재주꾼 감독. 작품성 위주이던 장이머우의 초기 영화적 성향이 변해가는 추세는 중국 현대화 과정과 상관관계를 갖는다. ‘국두(90년)’ ‘홍등(91년)’ 등에서 변함없던 중국적 감성은 대륙 경제가 급팽창한 2000년대 들어 대규모 자본을 끌어들이며 그 플롯에 급격한 변화를 만든다. 160억원 제작비를 들였다는 ‘영웅’에 ‘연인’을 거치며 작품들은 화려함으로 치장되고 할리우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그의 최신작 ‘황후화’. 물경 450억원의 제작비를 퍼부은 영화의 색채는 화려함을 넘어 보는 이 눈을 아리게 한다. 초기작 시절 그가 즐겨 쓰던 붉은빛 어두운 톤은 어느새 금력의 상징인 황금색으로 온통 도배되며 장이머우 영화의 변질을 상징하고 있다. 할리우드보다도 더 할리우드적인, 이른바 장이머우식 블록버스트의 결정판이라 해도 손색없을 법하다. ‘황후화’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어떨까. 초기 그의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리 마땅찮다. “물량은 특급, 스토리는 3급.” 한걸음 더 나아간다. “얻은 건 상품성, 잃은 것은 작품성.” 자본 규모가 커지며 내용은 오히려 빈약해지는 현상으로 한국 영화의 발전 과정을 규정하지 않아도 됨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그만큼 최근 수년간 한국 영화는 양적은 물론 질적으로도 괄목할 성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한국 영화계에 최근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위기론도 나온다. 대규모화한 자본과 작품성 사이 언밸런스가 문제다. 갈 곳 없는 시중 유동자금들이 떠돌며 영화판 주변으로 유입됨에도 막상 많은 영화들은 수지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다. 흥행성적표를 보면 지난해 개봉된 한국 영화 108편 중 이익을 본 영화는 불과 10여편. 양적 팽창만큼 질적 성장이 따라주지 못한 결과다.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흥행에 실패한 경우는 결국 콘텐츠, 작품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기기묘묘한 상황 설정이 아닌 단순한 플롯으로도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내는 진짜 내용 있는 영화는 찾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흔히 조폭 영화가 그렇듯 잔재미 덕을 봐온 한국 영화가 매너리즘의 늪에 빠져들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투입 자금이 효율적으로 분배되지 않고 있는 구조도 큰 문제다. 최근 한국 영화 위기론을 들고 나온 몇몇 영화계 인사들의 제작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이와 관련이 있다. 전체 제작비의 35%를 넘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 몇몇 스타와 감독의 천문학적 개런티 등의 실태를 개탄하는 목소리다. 영화계 '공허한 자본화' 경계해야 돈이 들어가며 허우대만 그럴듯해지고 내용은 텅 빈 영화계의 ‘공허한 대자본화’는 시장원리로 보면 공급자만이 아닌 수요 측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거대 담론화한다면 대한민국 문화동네 전반의 문제이며 자본주의 체제의 그늘, 일종의 시대 풍토의 문제로도 영역이 확장된다. 그러나 그럴수록, 거대 자본화할수록, 영화계가 경계해야 할 건 허장성세(虛張聲勢)로의 유혹이다. 바꿔 말하면 돈만 부어댄다고 무조건 양질의 문화가 탄생될 것이라는 믿음은 자기 성찰을 모르는 자들이 흔히 기대고 싶어 하는 변명의 언덕이다. 외양적 화려함에 눈이 부신 장이머우의 최근 영화가 그저 근사하게만 느껴졌다면 무시된들 어쩔수 없는 말이다. 입력시간 : 2007/03/0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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