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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특별 인터뷰] <4>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20년후엔 우주여행 대중화…<br>당장 타산 맞지 않더라도 자금력 있는 기업 적극 투자를



우주산업 상업적 가능성 무한… IT 이어 우주벤처시대 올텐데 아직도 산업기반 열악한 상태
2018년 한국형 발사체 개발… 2025년 달 탐사선 가능 예상… 항우연이 터 닦는 역할할 것


"이미 우주관광을 상품으로 내놓는 기업이 있습니다. 관광하겠다는 사람도 구름처럼 모이고 있습니다. 20년 정도만 지나면 우주여행은 상당히 대중화돼 엄청난 시장이 될 텐데 한국에는 우주를 산업으로 보고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이 없습니다."

김승조(62ㆍ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지난달 31일 대전 항우연에서 열린 특별 인터뷰에서 "정보기술(IT) 벤처의 다음은 우주 벤처가 될 것"이라며 "자금력 있는 기업들이 우주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두 번의 실패를 겪은 나로호 3차 발사를 앞두고 있지만 그의 눈은 당장의 나로호 발사를 넘어 5년 후, 10년 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 원장은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미리 준비한 사진 한 장을 들어 보였다. 아리랑 3호가 찍은 캐나다 밴쿠버의 풍경이었다. 자세히 보면 건물 그림자에 가린 자동차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했다.

"캐나다인들, 이거 보면 기분은 좀 나쁘겠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조만간 캐나다에서 학회가 있는데 이걸 들고 가서 홍보를 할 생각입니다."

현재 우주시장은 3,000억달러 규모다. 그 중 2,000억달러가 지상에서 사용하는 단말기나 영상자료에서 나온다. 로켓이나 우주정거장 등 우리가 생각하는 순수한 우주시장은 약 1,000억달러로 전세계 휴대폰시장(2,000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지금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은 국방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앞으로 우주여행 시대가 열리면 상업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김 원장의 예상이다.

그의 말처럼 우주 르네상스 시대를 향한 각국의 질주는 시작됐지만 한국의 존재는 여전히 미미하기만 하다. 두 번의 나로호 발사 실패. 그나마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가져온 것으로 우리나라는 아직 자체 발사체 기술도 없는 형편이다.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 부어 '불꽃놀이'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한국에는 '기술적 시차'라는 벽이 존재한다. 수준급 기술을 자랑하는 위성의 경우 지난 1992년(아리랑 1호)부터 시작했지만 발사체는 2002년에서야 개발에 들어갔다. 로켓만 있으면 될 줄 알았던 발사에 발사장이나 첨단 발사 시스템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나로호 1차 발사를 눈앞에 둔 2007년에 비로소 깨달았을 정도로 한국의 기술수준은 낮았다.

시차의 벽을 깨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1단 로켓을 해외에서 들여와 로켓 발사체계를 이해하고 동시에 우리만의 발사체를 개발해가는 '디딤돌 작전'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로켓을 개발하기보다 일단 로켓을 쏘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 로켓을 쏘기 위한 스케줄을 짜고 발사장도 만들어 구동해보고 로켓 발사에서 얻는 암호 같은 자료들을 해석하면서 다양한 노하우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얼마 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랑 러시아에 가서도 로켓 엔진 내부에 머리를 집어넣고 내부를 다 살펴봤다. 다만 그대로 베끼면 안 되고 유출하면 안 될 뿐"이라며 "이제는 우리 엔지니어들도 러시아 엔진은 뭐가 좋고 미국과 프랑스 엔진은 어떻게 다른지 등을 줄줄 외운다"고 로켓 발사로 얻은 성과를 들었다.

로켓 발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1단 로켓, 즉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대한 로드맵을 묻자 김 원장은 "이미 개발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며 "한국형 발사체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답했다.

30톤급 엔진을 개발했지만 풀테스트할 수 있는 연구시설이 없어 일단 제한된 선까지 실험을 마쳤고 지금은 75톤급을 설계하고 있다. 그는 "나로호가 연달아 실패하면서 예산이 조금 깎였지만 내년부터 예산이 회복된다면 예정기한인 2021년보다 앞선 2018년이나 2017년께 한국형 발사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요즘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더욱 조바심을 내고 있다. 미국의 우주 벤처붐 소식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는 로켓으로 돈을 만지고 싶어 모인 이들이 만든 '우주 벤처회사'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일명 '모하비 스페이스밸리'로 불리는 이곳에는 말 그대로 별의별 회사들이 가득하다. 2004년 첫 민간유인우주선 '스페이스십1'을 만든 괴짜 사업가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갤럭틱은 내년 말 우주관광객들을 태우고 지구 밖으로 나갈 스페이스십2의 티켓을 20만달러(약 2억3,000만원)에 내놓았다.



김 원장이 한국형 발사체 개발의 롤모델로 꼽은 스페이스엑스라는 회사 역시 이곳에 있다. 1억5,000만달러로 민간개발 로켓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지 딱 10년. 스페이스엑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우주정거장을 만들 재료를 우주로 쏘아 보내주는 계약을 맺고 4억5,0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미 40개의 발사가 예약돼 있으며 조만간 기업공개(IPO)도 할 예정이다.

스페이스엑스는 안전하고 비교적 싼 등유 엔진을 사용한다. 이렇게 만든 엔진을 9개, 27개씩 묶어 우주공간에 쏘아 올린다. 북한이나 인도ㆍ중국처럼 발사 때마다 독가스를 내뿜지도 않는다. 스페이스엑스의 엔진처럼 안전하고 값싸고 최대한 단순한 형태의 발사체를 만들겠다는 것이 김 원장의 계획이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 이후에는 꿈의 달 탐사계획이 기다리고 있다. 항우연은 이미 나사로부터 루나 임팩터(초소형 위성기반 국제 달 탐사연구) 제안을 받아 이달 중으로 예정된 최종 선정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다. 항우연은 이 프로젝트에서 달 궤도선(달 궤도를 돌면서 조그마한 위성을 달에 떨어뜨려 달의 속성을 알아냄)을 2014년까지 제공하고 2016년 3월께 발사한다. 김 원장은 토종기술로 달 궤도를 탐사하는 것은 2023년, 달에 착륙해 조사하는 탐사선은 2025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공식 계획에는 없지만 교육과학기술부도 유인 달 탐사에 대한 말을 꺼낸 상태"라며 "스페이스엑스가 사람이 탈 정도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청사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인지 질문하자 지체 없이 "자금력이 풍부한 주변 산업체가 없다는 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항공우주산업을 재정상황이 열악한 업체들이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자체 빚도 많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산업기반이 약한 만큼 평생을 바칠 인력이 모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2009년 이후 우주개발 예산이 감소하면서 국가 전체의 우주개발 인력은 2008년 2,235명에서 2009년 2,081명으로 줄었다.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앞으로의 인재확보에도 먹구름이 끼어 있다.

김 원장은 "항공우주산업이라는 게 생소해 보여도 막상 인공위성이나 로켓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제품이 전자기기일 정도로 현재 국내 산업기반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며 "대체 미래 먹거리를 마련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이 지금 당장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춤거리면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원장은 한국에서 스페에스엑스 같은 벤처 회사가 등장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벤처 자금여건이 좋지 않고 당장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면 더더욱 어렵다"며 "그래서 모하비 스페이스밸리의 역할을 우리 항우연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우연의 역할은 항공우주과학을 연구하는 게 기본이지만 항공우주산업으로 우리나라가 나가는 길목에서 터전을 닦아주고 산업체에 넘겨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나로호 3차 발사날짜는 언제쯤일까. 그는 "러시아의 1단 로켓이 비행기를 타고 오는데 그게 부산공항에 내릴 때 확실히 정할 수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셀 수 없이 많은 테스트를 계속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발사가 성공할지 묻는 우문에 김 원장은 확고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는 자기 전 성공 후 어떻게 할까, 5년 후 10년 후에는 뭘 해야 할까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성공해야죠. 꼭 성공할 겁니다."






◇약력

▦1950년 대구 ▦1969년 경복고 졸업 ▦1973년 서울대 공대 졸업 ▦1981년 미국 텍사스주립대 대학원 석사 ▦1985년 동 대학원 박사 ▦1995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2001~2003년 서울대 항공우주신기술연구소장 ▦2009년 한국항공우주학회장 ▦2009년~ 미국항공우주학회 회원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거대과학기술분과 정책자문위원회 분과위원장 ▦2011년~ 제9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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