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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자동차 모델 작명법] 당당한 '동물의 제왕' 이미지 담아

'아슬란' 사자 뜻의 터키어… '티구안' 호랑이+이구아나

쏘나타·포르테·액센트 등 현대기아차, 음악용어 많아

제네시스·페이톤·아발론 등 신화·전설 속 명칭도 단골

알파벳과 숫자 조합하는 '알파뉴메릭' 방식 확대 추세

현대자동차 ''아슬란''

폭스바겐 ''티구안''


'사자와 호랑이의 싸움' 국산차와 수입차 간 판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정글의 제왕을 놓고 다투는 동물 세계와 비유하는 시각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출시된 신차나 올 들어 국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자동차 이름이 동물 이름에서 유래돼 흥미를 돋운다. 수입차 업체들의 공세에 잠식돼 가는 내수 시장을 지키기 위해 현대차가 지난달 말 출시한 준대형 차량 '아슬란(Aslan)'은 '사자(獅子)'를 뜻하는 터키어다. 동물의 왕인 사자의 품위와 우아함을 전달하고자 붙여진 이름이다. 사자에 맞서는 호랑이는 지난 10월까지 수입차 중 가장 많이 팔린 폭스바겐의 '티구안(Tiguan)'이다. 티구안의 날카로운 헤드램프는 호랑이의 매서운 눈을, 라디에이터 그릴은 호랑이의 줄무니를 떠오르게 한다. 반면 앙증맞은 뒷태는 이구아나를 연상시킨다. 티구안이라는 이름이 호랑이(Tiger)와 이구아나(Iguana)의 합성어라는 제조사측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자동차 이름은 외관과 함께 제조사가 차량에 담고자 하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가장 먼저 전달한다. 때문에 제조사들은 자동차 이름을 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현대·기아차는 음악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국민차로 불리는 현대차의 '쏘나타'는 고도의 연주기술이 요구되는 강한 개성을 지닌 4악장 형식의 악곡을 뜻한다. 혁신적인 성능과 기술, 가격이 하모니를 이루겠다는 의미를 지녔다. 그런가하면 기아차의 '포르테'는 '강하게'라는 뜻의 음악용어를, 현대차 '액센트'는 음악의 '강세'란 의미로 젊은층의 감각적이고 개성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수입차 중에는 혼다의 '어코드'가 '화음'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레저·스포츠용으로 역동적이고 활동적인 이미지가 중요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는 유목 민족의 이름이 많이 쓰인다. 최근에 출시된 닛산의 '캐시카이(Qashkai)'는 이란의 유목민족의 이름을, 폭스바겐의 '투아렉(Tuareg)'은 북아프리카유목민족의 투아레그족의 이름을 따왔다. 기아차의 '모하비(Mohave)'는 북미 대륙을 달리던 모하비족에 그 어원을 둔다.

현대·기아차는 특히 지명을 SUV 모델명으로 자주 사용한다. 현대차의 '투싼(Tucson)'과 '산타페(Santa fe)', '베라크루즈(Veracruz)'는 모두 미국 서부와 멕시코 지역의 휴양 도시들로 이 지역에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과 동시에 휴양지의 이미지를 이름에 담았다. 기아차의 '쏘렌토(Sorento)'는 이탈리아 남서부 해안가의 유명한 휴양지다.



그런가하면 특정 대상을 명명법에 주로 활용하는 자동차 제조사들도 있다. 폭스바겐은 주로 바람의 이름을 차 모델명으로 사용해 빠르고 강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달 월별 베스트셀링 수입차에 오른 '골프(Golf)'는 멕시코 만류에서 부는 강한 바람을 뜻하는 '걸프 스트림'에서 따온 이름이다. '폴로(Polo)'는 북극에서부터 불어오는 강한 찬 바람을, 중형세단 '파사트(Passat)'는 온화하고 고요한 무역풍을 일컫는다. 그런가하면 람보르기니는 무르시엘라고·디아블로·가야르도 등의 전설적인 투우 소의 이름을 따서 강력한 주행 능력을 강조하고 롤스로이스는 팬텀·레이스 등 유령을 뜻하는 단어를 차명으로 삼아 정숙성과 승차감을 자랑한다.

신화와 전설 속의 명칭도 단골메뉴다. 현대차의 '제네시스'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창세기'를 뜻한다. 고급 세단의 새 장을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기아차의 '오피러스'는 라틴어의 'Ophir Rus'의 약자로 '보석의 땅' '황금의 땅'이라는 전설 속 지명을 차용해 이름을 지었다. 혼다는 고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의 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서사시 '오딧세이'로, 폭스바겐은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들인 '페이톤'을, 도요타는 고대 신화에서 용사들만이 갈 수 있는 영원한 안식의 낙원으로 전해져 오는 '아발론'을 자사 차량의 모델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독일 브랜드들은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하는 '알파뉴메릭' 방식을 사용한다. 알파벳 모델명 뒤에 배기량을 나타내는 3자리 숫자를 붙여 모델명을 짓는 방식으로 이름을 듣는 순간 차의 형태와 배기량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벤츠 C200은 배기량 2,000㏄의 준중형 세단인 C클래스 차량을 의미한다. BMW는 525d와 같이 3자리 숫자(d는 디젤 모델), 아우디는 A8과 같이 알파벳 모델명에 1자리 숫자로 모델명을 정한다. 국내 제조사도 기아차의 K시리즈, 르노삼성차의 SM 시리즈 등으로 알파뉴메릭 방식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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