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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농법으로 기업형 농가 육성… FTA도 두렵지 않아요"

전양순 우리원식품·강선아 우리농원 대표 모녀<br>1995년 쌀농사 부문 첫 유기농 인증, 100가지 재료 넣은 음료 대용 '백초액'<br>아토피등효과 입소문나 대표상품으로 "체계적 유기농 가이드라인 나왔으면…"

우리원교육원 앞에 선 전양순(왼쪽) 우리원식품 대표와 강선아 우리농원 대표 모녀. 이들은 든든한 사업 파트너다.


전양순(55ㆍ사진) 우리원식품 대표는 꼬막으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30년 이상 유기농 농사를 지어온 농부 최고경영자(CEO)다. 유기농 복합영농을 하는 우리원농장, 가공품을 생산하는 우리원식품, 우리원교육원을 운영하며 연간 15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08년 완공된 교육원에는 농부ㆍ대학생ㆍ가족 단위 여행객 등 매년 5,000명 이상이 다녀간다.

우리원은 양을 늘리는 증산(增産)이 농업의 국가적 미션이던 1970년대에 화학비료ㆍ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 농사를 시작했고 쌀농사 부문에서 1986년 풀무원공동체(기독교 공동체), 1995년 정부로부터 국내 첫 유기농 품질인증을 받았다. 유기농 인증은 유기농법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나야 신청할 수 있으며 우리원이 풀무원공동체에 유기농 쌀을 납품하던 초기에는 정부 인증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기에 유기농 농사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전 대표는 "결혼하기 전 바른 농법을 가르치는 정농회(正農會)에서 유기농법을 공부했는데 (닥쳐올) 지구온난화ㆍ환경오염ㆍ식량전쟁 등에 대해 배우면서 증산의 시대는 가고 올바른 생산을 하는 정산(正産)의 시대가 오리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힘겹기만 했다. 제초제와 농약을 쓰지 않아 논은 잡초로 엉망이 됐고 병충해가 심해 수확을 포기하는 때도 많았다. '유기농은 초기 작황이 어려우니 3대를 알거지ㆍ무지랭이로 키울 각오를 해야 한다'는 정농회의 가르침이 엄포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다.

'유기농의 대가' '벼 박사'로 유명한 남편 강대인 전 우리원 대표가 벼 종자개량 등 연구에 몰두해 집안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가공품 개발과 직거래를 통한 판로 개척에 눈을 돌렸다. 편리한 택배식 물류체계가 없던 1980년대에 어떻게 직거래를 했을까. 전 대표는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전화로 주문받은 상품을 포장해 짬짬이 벌교역에서 직접 포장한 꾸러미를 부쳤다"며 "남편은 농사에 전념하지 않는다고 타박했지만 판로 개척과 부가가치 향상 없이는 유기농으로 먹고살기 어렵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1989년부터 백화점에 당근ㆍ오이 등 각종 야채 직거래를 시작한 전 대표는 버리는 야채를 모아 가공품 만들기를 시도했다. 사업 감각을 타고난 그가 개발한 것은 팔고 남은 야채와 산과 들에서 나는 약초, 그리고 수산물을 섞어 발효시킨 효소액. 그는 "물 맑고 산 깊은 청정지역이라 주변에 재료가 널려 있었다. 남편이 수십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효소액은 농작물의 병충해 예방력을 높여줄 뿐 아니라 농작물의 영양소로 더할 나위 없었다"며 "음료 대용으로도 팔 수 있겠다 싶어 100여가지 재료로 '백초액'이라는 신상품도 만들었는데 아토피ㆍ장기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대표상품이 됐다"고 자랑했다.



우리원은 김대중 정부가 유기농 지원을 시작하고 인터넷ㆍ택배망이 정비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전 대표 부부는 쌀과 가공품의 품질을 인정받아 석탑산업훈장(2004), 대한민국 신지식인 농업 분야 대상(2007), 산업포장(2009), 농업진흥청 인증 '올해의 최고 농업기술 명인(2011)' 등을 잇따라 받았다. 전 대표는 "암 등 성인병과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이 늘어나면서 먹거리에 관심이 커져 매출이 늘고 있다"며 "고객 중에는 20년 넘는 단골도 많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2009년 남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맏딸 선아(28)씨의 합류로 우리원을 기업형 농가로 키워가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5년 전 농부가 되겠다고 각오한 선아씨는 부모님의 유기농법 전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유기농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Healingㆍ치유)센터 운영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갈 계획이다. "고향으로 내려올 때 농사짓는다니까 친구들이 웃으며 놀리더군요. 땅만 파는 농부가 아니라 부가가치를 올리는 벤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것입니다." 우리원농장 대표 겸 교육원 부원장인 그는 강소 농업 CEO가 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한편 유기농법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농가의 역할에 대해 전 대표는 "정부는 체계적인 유기농 가이드라인 정립과 홍보를, 농가는 품질 좋은 농산물을 재배하고 학교 급식, 인터넷 판매 등 직거래로 판로를 넓혀가는 데 힘써야 한다. 농가는 정부의 지원이 언젠가는 끊길 수 있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자립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땅과 사람을 지키는 유기농법에 특화한 모녀 농부의 밝은 미소에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자유무역협정(FTA) 시대 한국 농업의 희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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