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대신해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이 중남미의 새로운 경제 중심축으로 뜨고 있다. 브라질이 경기침체와 정치혼란으로 주춤하는 사이 멕시코·칠레·콜롬비아·페루·코스타리카가 결성한 태평양동맹이 경제 개혁과 높은 성장률로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CNBC는 태평양동맹 국가들이 앞으로 수년간 브라질보다 최고 3~4배 이상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국가의 총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2조2,000억달러(약 2,431조원)로 브라질의 1조7,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3.3%였던 성장률도 올해는 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로는 멕시코와 콜롬비아가 각각 3.5%와 4.5%, 페루·칠레·코스타리카가 각각 5.1%, 3.3%, 3.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괄목할 만한 성장은 과감한 경제개혁과 무역 자유화, 정치안정 등으로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회원국들은 서로의 무역장벽을 허무는 것은 물론 미국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방했다. 또 동맹국 중 가장 큰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멕시코는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버금가는 제조업 강자로 부상했다. 칠레와 페루도 강도 높은 경제개혁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말 콜롬비아와 페루·칠레가 내수와 사상 최저 수준의 실업률, 임금인상 등으로 안정적인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투자자들도 태평양동맹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2013년 중남미로 유입된 미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274억달러 가운데 62%를 태평양동맹이 가져갔다. 이는 2010년의 55%에서 7%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존 프라이스 아메리카스마켓인텔리전스 매니징디렉터는 "태평양동맹 국가들은 점진적인 개혁을 계속해 외국인 투자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컨설팅 회사 에른스트앤영의 제프 번더 매니저도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태평양동맹의 콘셉트를 믿어왔다"며 "그것은 야심찬 계획이며 동맹이 진전된다면 분명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브라질은 올해 경제사정이 점점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0.1% 성장에 그친 데 이어 올해도 0.5%의 성장이 점쳐진다. 국영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스캔들도 부정적인 전망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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