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세상과 격리돼 생활한다는 것. 이는 그 자체로 공포심을 갖게 한다. 오랜 고립생활은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짓누른다. 세상으로부터 떨어져있다는 외로움은 알 수 없는 불안을 낳고 결국 영혼 마저 잠식한다. 외부와의 단절은 사소하고 작은 충격에도 쉽게 동요해 뜻하지 않은 사건을 야기한다. 목숨을 걸고 생활하는 최전방 근무지.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말론 브란도가 연기한 ‘지옥의 묵시록’의 커츠 대령의 눈빛은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 중 가장 잊혀지지 않는 인상을 남기지 않았던가. 분단국가인 한국의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안에 경계근무를 담당하는 GP(Guard Post)라는 공간도 그같은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 충무로에서 군 영화에 유독 집착해온 ‘알포인트’의 공수창 감독이 이번엔 GP 안에서 19명의 소대원이 몰살당하는 사건을 영화로 그렸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최전방 경계초소 GP506에서 소대원이 몰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를 수사하기 위해 군 당국은 헌병대 최고 수사요원 노 원사(천호진)와 21명의 수색대원을 현장에 보낸다. 생존자는 참모총장의 아들인 유 중위(조현재)와 강 상병(이영훈) 단 둘. 강 상병은 온몸에 선혈이 낭자한 채 도끼를 든 모습으로 발견되고 유 중위는 두려움에 떨며 창고에서 발견되는데…. 도대체 이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영화는 하룻밤에 벌어지는 사건을 스릴러 장르의 문법을 성실하게 따르며 관객을 시종일관 궁금증에 빠지게 한다. ‘최전방 미스터리 수사극’이라는 거창한 홍보문구가 허언이 아닐 만큼 탄탄한 시나리오와 짜임새 있는 연출이 최근 인기를 모은 ‘추격자’에 비견될 정도다. 노 원사 역을 탁월하게 소화해 낸 배우 천호진의 연기 뿐 아니라 강 상병 역의 이영훈도 주목할 만하다. 1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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