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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7월 21일] 의전원 제도는 실패작일까
입력2010-07-20 18:20:10
수정
2010.07.20 18:20:10
최근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 실패했다'는 기사들이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위원으로 참여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제도개선위원회에서는 의전원을 실패한 학제라고 한 바 없다. 다만 한 학교에서 의전원과 의대를 50%씩 병행하는 교육은 문제가 많기 때문에 개선돼야 하며 2010년에 의사양성학제 재평가를 하기로 이미 약속돼 있기 때문에 각 학교에 의대나 의전원을 다시 한번 선택할 기회를 부여함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뿐이다.
교과부 인턴 폐지안 바람직
그리고 앞으로 의사양성학제 발전이 이뤄지도록 지속적인 고민을 하자는 입장으로 그중 하나가 인턴제도 폐지의 제안이었다. 그러므로 교과부 측에 책임회피를 했다고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어려운 결정을 한 용기에 격려를 보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국회 입법조사처까지 나서 '의전원이 실패했다'고 비평한 기사를 보고 본 사안의 의미를 일반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로 입법조사처는 "의대와 의전원이 고유 교육과정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생선발과 학사관리에 부담을 줬다는 문제로 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교과부와 대학이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의대 및 의전원 학생들의 경우 의사 국가고시를 합격해 의사가 되는 것이 공통된 목표이기 때문에 기본 교육과정이 같아야 한다. 이는 제도개선위에서도 공감한 바 있다.
그리고 "의학교육이 의료인 양성과 의학연구자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자 양성은 본질적으로 학술 대학원의 역할이다. 의대 졸업생은 학술 대학원에 입학해 석ㆍ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지만 의전원 졸업생은 '전문 석사'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학술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할 수 없다. 이에 의료인 및 의학연구자 교육 병행에 적절한 의사양성학제 논의가 계속 필요한 것이다.
두번째로 입법조사처는 "의사양성 기간 연장, 등록금 상승, 군의관 부족 등 의전원 관련 문제점에 대해 현행제도의 보완사항이지 개편이나 폐지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발언의 초점은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과 사회에서 의사를 활용하는 효용성 관계이다.
그 예가 '국방의학전문대학원'이다. 의전원 도입으로 어려워진 군의관 수급을 위해 추진되는 국방의전원은 설립ㆍ유지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유지ㆍ발전시켜나가기 위해 세금을 비롯한 국가 자원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부돼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본 사안 또한 의사양성학제 결정을 위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세번째로 입법조사처는 "이공계 교육부실 문제는 의전원 도입시 이미 예상했던 것으로 이공계 교육지원 강화는 의전원 제도와 별도로 고려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전원 관련 기획문건은 의전원 도입으로 의대에 진학할 학생들이 이공계 대학에 입학해 우수한 학생 비중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공계 경쟁력이 강화되리라고 예측했다. 물론 이공계 교육지원 강화는 '의전원' 제도와 별도로 당연히 고려해야 하며 본 내용은 제도개선위 회의 때도 논의됐다.
의학 선진화 위한 하나의 産苦
마지막으로 입법조사처는 의학계에 대해서도 "의전원 단일화의 분명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뒤늦게 명문대를 중심으로 의대 복귀를 제기하면서 의학교육에 대한 스스로의 전문적 입장을 가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의학계에서는 2010년에 의사양성학제 관련 재평가가 예정됐기 때문에 이를 순응하고 기다렸을 뿐이다. 그리고 제도개선위 활동에 발맞춰 공청회 등에서 전문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필자가 판단하는 본 사안의 본질적 핵심은 의대와 의전원 중 어느 한 체제를 강요하지 않고 선진국처럼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제를 선택, 운영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의사를 배출하는 열린 의사양성학제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본 측면에서 의전원 제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즉 무작정 의전원 제도가 실패했다고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의전원 논란은 우리나라 의사양성학제의 선진화를 위한 정반합의 대승적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산고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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