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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고노 담화 수정 안하겠다"

韓美 경고 메시지에 입장 선회… 정부 진의 파악 분주

우경화 기류 일시적 주춤

한일 정상회담 여부 미지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수정할 의사가 없다고 직접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또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을 표명했던 무라야마 담화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에 대해 "아베 내각에서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를 검증하겠다고 나선 이래 총리가 공개 석상에서 담화 수정 가능성을 부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이어 "역사연구는 유식자와 전문가 손에 맡겨야 한다"며 "종전 50주년에 나온 무라야마 담화 등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내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한다"고 말했다. 고노 담화는 지난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로 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이다. 1995년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28일 담화 작성 과정을 정부 차원에서 검증하겠다고 밝힌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참의원에서 "정부의 기본 입장은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것"이라면서 "담화 작성 과정의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한일 정부 사이의 담화 문안 조율 여부와 한국인 군 위안부 피해자들 증언에 대한 확인작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취임 이전부터 고노 담화 수정 의지를 내비쳐왔으나 미국이 거듭 경고 메시지를 보내오자 "담화에 대해 검증은 하되 수정은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은 2박3일 일정으로 다음달 일본을 방문하려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계획을 1박2일로 하루 줄이는 대신 우리나라를 1박2일간 방문하기로 하며 일본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달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은 20여년 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군의 관여와 강제성을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표명한 정부 대변인의 담화마저 부인하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한 사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의회 내에서도 일본의 우경화 행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상당하다"며 "미국 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긴 하지만 일본의 우경화 행보로 동아시아 긴장 수위가 불필요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베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매우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이면서도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공이 다시 우리 측으로 넘어오게 돼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특히 일본 측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다만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고노 담화를 인정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이 기존 강경 기류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말 신사 참배 등으로 강화된 우경화 드라이브의 방향 수정이라고는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거절할 수만도 없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일관계 회복을 강하게 주문하는 등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 탓이다. 24일부터 이틀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진행되는 핵안보정상회의에 맞춰 한미일 정상이 만날 경우 정부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덜한 다자회담 형태로 한일 정상 간 접촉을 진행할 수 있지만 아베 총리의 헤이그행이 확정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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